기자명 허옥엽 기자 (oyheo14@skkuw.com)

 

▲ 21세기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저장되는 빅데이터 시대다.

 디지털 혁명의 발생과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지구촌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빅데이터’라고 한다. 초기에 빅데이터는 거대한 데이터 집합 자체만을 지칭하는 양적 개념이었지만,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하고 분석해, 가치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통해 생성된 지식을 바탕으로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정보기술 용어로 확장되었다. 이를 포괄적으로 ‘데이터 사이언스’라고 표현한다.
빅데이터의 활용 및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정부나 공공기관, 그리고 회사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민이나 고객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는 자정 이후 가장 붐비는 택시 노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심야버스 노선을 배치해 호응을 얻었다. 경찰청은 범죄유형에 따른 지역별, 시간대별 범죄 다발지역과 위험도를 통합, 분석해 범죄율을 줄이는 효과를 봤다. 기상청은 위험기상 예측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해 국내 항공업체가 항공기 이륙과 운항, 착륙 기상정보 예산을 절감하도록 도왔다. 쇼핑업계와 카드사들은 구매 이력 정보와 위치기반 서비스 등을 결합해 소비자가 정보를 원할 때마다 적합한 장소로 안내한다.
하지만 빅데이터의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생활 침해다. 빅데이터가 21세기의 ‘빅브라더’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황병선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의 국민 의료 데이터가 해킹되더라도 그걸로 끝이지만, 우리나라는 의료 데이터에 담긴 주민등록번호로 카드 사용 내역, 은행 데이터까지 모두 노출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검색되지 않을 자유』의 저자 임태훈 씨는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이 모두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인간 실존의 가장 직접적인 실체인 신체까지 파편화, 정보화해 결국 정보자본주의에 장악되는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빅데이터를 부가가치가 높은 유용한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윤리적 태도가 중요하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트렌드를 읽어내 부가가치가 높은 결과물을 도출하는 일을 한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매출 확대를 추구하고, 정부는 공공기관 서비스 효율을 높이려고 하면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대학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양성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충북대학교 등은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데이터마이닝, 비즈니스 데이터 융합학과를 개설하기도 했다. 울산과학기술대는 빅데이터 석사과정을 장학생으로 뽑고 있고, 국민대 통계학과는 작년부터 과명을 빅데이터과로 바꿨다. 빅데이터학회 김세을 사무국장은 “미국에서는 현재 50개 대학에서 빅데이터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기획력과 창의력을 겸비한 IT강국 한국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21C 가장 섹시한 직업’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각광 받고 있다. 앞으로 빅데이터라는 분야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이 어떠한 양상을 보이며 발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