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소현 기자 (gosohen95@skkuw.com)
부서배치를 받고 나서는 뿌듯함보다는 당혹감이 밀려들어왔다. 이젠 정말 빼도 박도 못하게 된 것만 같아 하루 종일 마음이 뒤숭숭했다.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머릿속의 물음에 걱정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반 생활, 연애, 동아리, 공부.. 괜히 또 일을 ‘벌렸다’ 싶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섰다. 이 걱정의 파도가 쓸려 내려가면 다시 밀려오는 파도에는 뒤쳐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실려 왔다. 청년 실업률은 해가 갈수록 사상 최고치를 갱신해 가는데 나는 여기서 이렇게 내 꿈을 찾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지금이라도 당장 고시, CPA를 준비해야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런 걱정에 하루라도 집에 붙어있는 날 없이 ‘싸돌아 댕기는’ 딸내미를 향한 어머니의 가시 박힌 잔소리는 무게를 더했다. 이렇게 머리가 복잡한 가운데 수습기간에 매 시간마다 주어지는 과제를 하고 있자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기사 쓰는 게 힘이 들면 들수록 ‘기자는 내 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러나 사람 삶이란 게 참 강물 같은 것이어서 흐르는 대로 몸을 맡겨놨다가 정신을 차리면 어느 새 이만큼 내려와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부서배치를 받은 다음이었다. 정신을 차린 다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과연 이걸 해도 되는 것일까. 정녕 내가 낚인 것일까. 1주일을 고민한 결과, 이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번째 이유는 ‘내 심장을 향해 쏴라’ 라는 영화를 본 후 생각났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승민과 수민, 두 주인공이 열심히 정신병원을 탈출했으나, 결국 한 사람의 꿈만을 이뤄주고 끝나는 결말에서 엄청난 슬픔을 느꼈다. 결국 나도 같은 사람이 아닐까.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고 정신을 차려보면 내 꿈은 없는, 그런 사람. 은행입사, 회계사 시험 합격. 이건 내가 즐거워서, 하고 싶어서 갖게 된 꿈이 아니다. 현실에 떠밀려서, 부모님의 바람에 떠밀려서 갖게 된 꿈이다. 이 꿈을 이룬다 한들 무엇이 의미가 있겠는가. 내 것이 아닌데. 두 번째 이유는 이 일이 좋아서이다. 내가 바라는 일에도 하기 싫은 일이 있고 좋은 일이 있는 법이라는 김미경의 말이 생각났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자주 맞닥뜨리고 인터뷰 기사를 쓰는 건 정말정말 하기 싫은 일이지만, 의문가는 점을 말하면 그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사람들이 있고, 호기심이 생기는 일들을 탐구할 수 있다는 게 참 즐거웠다. 특히, 학교 내부의 권력 관계에 대한 내용은 참으로 흥미롭다. 세 번째 이유는 난 젊기 때문이다. 21살. 새파랗게 어리다. 젊다는 게 좋은 게 뭔가. 일단 해보고 아니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이다. 그 좋은 점을 잘 이용하는 방법은 일단 하고 보는 게 아닐까. 다 늙어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the road not taken을 읊조리며 다시 그 때로 돌아갔으면 하고 바라는 것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잘 모르는 길을 걸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성대신문은 막연히 갖고 있던 꿈을 향한 첫 시도였다. 제대로 시도 해보지도 않고 여기서 포기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아니, 절대 아니다. 온탕도 발만 담갔다 빼면 엄청 뜨거워서 들어갈 엄두를 못 낸다. 하지만 처음의 고통을 참고 온몸을 푹 적시면 ‘시원한’ 맛을 알 수 있다. 성대신문도 마찬가지 아닐까. 성대신문의 맛을 알 때까지 버텨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