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책을 또 사버렸다. 과제를 하려면 꼭 ‘그’ 책이 필요했던 건 아닌데, 과제 핑계를 대며 주문했다. 갖고 싶었던 책이었다. 집에 있는 책들은 쌓여간다. 통장 잔고는 바닥을 친다. 그리고 고민에 빠진다. 이 돈으로 무엇을 사야 했었나, 꼭 이 책을 사야 했었나, 이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다음에 돈은 언제 들어오나…. 막막함이 나를 눌러온다. 멍하니 생각해본다. 돈이 없다. 고민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돈 없는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 배운 만큼의 능력? 지식? 다른 4학년 동기들은 취업을 향해 달려갈 때 나는 지금 무엇을 얻었는가, 얻으려고 하고 있는가. 하지만 그들이 손에 얻어 쥔 것은 내 손에 없었다. 4학년이라 해도 전공 공부를 잘 해내고 있는 건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학점은 어느 정도 나온다 하더라도 그게 내 실력이 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시험을 통과하려고 보는 책은 저 멀리 던져놓고 삶을 배우겠다며 문학을 읽는다. 그리고 그렇게 흔한 영어점수도 자격증도 내게는 없다. 취업시장에 내세우기는 어려운 것들로 4년을 살아온 것이다. 누군가 보면, 한심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한심해 보이지 않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거였나? 나에게 더 중요한 건 뭐지? 반문했다. 대학생으로서 살아가면서 얻어야 할 것은 취업시장에서 나를 매력적이게 만드는 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치열하게 공부하고 노력해서 대학교에 들어왔지만 어디서도 사람답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진 않았다. 안타깝게도 인성을 가르친다고 하는 과목에서도, 그 가르침은 학점을 따기 위한 공부의 하나로 전락해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타인을 이겨서 더 좋은 곳, 더 높은 곳에 올라서는 것이 잘한 것이라고 배우며 자랐다. 그렇게 남들 바라보는 대로 나도 시선을 빼앗기며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좇아가고 있을 때면 어느새 내 삶은 사라졌다.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지금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을 따라갈 때면 나는 시나브로 자라있었다. 힘겨워도 살아내는 법을 배웠고 힘겨울 때 나의 것을 내어주는 법을 배웠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4년의 시간 동안 나는 조금씩 자라왔다. 눈에 보이는 건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점차 가지게 되었다.
성공의 기준은 누구나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해서 그들을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누구와 비할 수 없이 멋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은 모두가 말하는 성공의 루트를 밟아가는 화려한 모습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려하고 사랑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삶이라 생각한다. 그건 인생에서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고 갖고자 하는 때가 오면 값을 치르고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불안해 보일 수 있다. 손에 아무것도 쥔 것이 없으니 마치 잘못 살아가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안은 더해질지도 모른다. 헛되게 시간을 버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을 좇아가는 삶이 틀리지 않은 삶이라, 오히려 옳은 삶이라 확신한다. 그러니 오늘도 그 보이지 않는 것을 좇아 살리라고 다짐한다. 언젠가 완전해질 그 날까지, 더 배우며 살게 하소서. 섬기게 하소서. 사랑하게 하소서. 그리고 함께 희미한 것들을 좇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위로가 될 수 있게 하소서.
▲ 이진아(국문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