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정락 기자 (woo7875@skkuw.com)

▲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열정이 더 이상 반갑지 않은 이유

작년 말, 스타 디자이너인 이상봉 디자이너가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이상봉 디자인실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부당 근로계약서 △열악한 근무환경 △저임금 등이 알려지며 이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던 것이다. 이에 △알바연대 △청년유니온 △패션노조 세 단체는 지난 1월 공동으로 ‘2014 청년착취대상 시상식’을 시행해 이상봉 디자이너에게 상장과 축하 화환을 보내며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이처럼 열정페이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이는 이미 사회에 만연해있던 현상이다. 2011년 출간된 책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열정 노동’이라 명명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었다. 그렇게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가 최근 열정페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공론화된 것이다. 열정페이의 사전적 정의는 ‘무급 또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취업 준비생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이는 ‘구직자가 열정이나 재능이 있기에 열악한 환경을 참아야 한다’거나 ‘경력을 쌓기 위해 하는 일에는 급여와 노동환경을 제대로 보장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내포하고 있다.

열정페이가 극심한 대표적 분야는 ‘도제식 시스템’을 갖춘 패션·미용·건축·영화·방송 등의 분야로 청년들은 일을 배우거나 경력을 쌓기 위해 부당한 조건과 대우를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열정은 이들의 △노동력 착취 △열악한 근무환경 △저임금을 합리화하는 도구가 됐다. 그러나 취업난과 고스펙 열풍이 겹치며 사회초년생 및 대부분의 구직자가 이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때문에 열정페이의 개념은 각종 영역으로 넓어져 스펙이나 경력을 위해 참가하는 △국제기구 △대외활동 △인턴 등의 전반까지 해당하게 됐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의 저자 최태섭은 책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은 물론이고 10평 남짓의 네일아트 숍에서 일하는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열정 노동’의 명령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며 이를 묘사했다.

 

 

열정 권하는 사회

열정페이가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과 각종 단체가 열정이라는 명목 하에 청년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을 합리화하기 때문이다. 보통 기업이나 단체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구직을 위한 경력을 쌓고 업무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턴을 경험한 이들의 상당수가 단순 서류 작업만을 했다거나 기존 정규직의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또한 기업의 홍보성 서포터즈와 같은 활동들은 그 내용이 다양할지라도 종국에는 기업의 홍보와 사익추구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도제식 시스템’ 종사자들도 일을 배운다는 명목 하에 열악한 환경을 감내하며 온갖 잡무를 처리하게 된다. 결국 청년들은 의미 있는 경험도 배움도 얻지 못한 채, 낮은 비용으로 노동력을 공급받으려는 고용주들에게 이용당한다.

청년들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많은 기업들이 업무 관련 경력을 채용에 중요한 요소로 보기 때문에 취업시장에서는 이런 활동들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취업난과 그에 따른 불안한 고용환경 아래서 사회초년생들은 절대적 ‘을’이 된 지 오래고, 스펙이 될 경험 앞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고용주와 동등한 입장에서 거래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결국 이들은 당장의 부당한 대우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고 고용주들은 안정된 고용환경을 만들려 노력하기보다는 이런 세태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이런 악순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