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다빈 기자 (dabin@skkuw.com)

▲ 왼쪽부터 김녹환, 금정호, 유지환 원우. 연구실에서 동고동락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조준동 교수 연구실에 소속된 6명의 대학원생들은 학부 전공이 모두 다르다. △디자인 △법학 △소프트웨어공학 △수학 △의료IT공학 △전기전자공학의 다양한 전공자들은 학제간 융합을 위해 연구실에 모였다. ‘H Lab’라는 팀을 결성한 그들은 항암환자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응급상황을 방지하고 알리는 ‘스마트 가발’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주관한 ‘웨어러블 컴퓨터 경진대회’ 동상 수상, 한국 HCIK 2015 학술대회 우수 논문상 수상 등 뜨거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들을 만나봤다.

스마트가발에 대해 소개해달라.

스마트가발은 항암환자의 일상생활을 도와주기 위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항암환자의 낙상사고를 방지하고,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것이다. 가발에 부착된 각종 센서들이 인지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돌려 낙상사고 여부를 판별한다. 1차적으로 가발에 내장된 LED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위급한 상황임을 알릴 수 있고, 2차적으로는 스마트 가발에 연결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응급센터 혹은 보호자에게 사고 상황을 알려준다. 그 외에 체온 감지와 심박수 측정 기능도 탑재 되어있다. 이러한 환자의 모든 정보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일괄적으로 체크할 수 있다.

연구동기와 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서울대 암병원 지하에 위치한 가발샵의 월 매출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만큼 항암환자들이 가발을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항암환자에게 심미적 기능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똑똑한 가발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체적인 기획과 아이디어는 ‘법학’전공자가 제시하고, ‘디자인’전공자는 가발을 디자인했다. ‘의료IT공학’전공자는 심장박동 센서를 만들고, ‘수학’전공자는 측정한 시간과 각도를 바탕으로 환자의 낙상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수학적 논리와 알고리즘을 세웠다. 이를 ‘전기전자’전공자가 구체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소프트웨어학’전공자가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그렇게 스마트가발이 탄생했다.

▲ 항암환자들이 착용하는 스마트가발(Smart Wig), 체온과 심장박동수를 확인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Smartphone App), 센서와 배터리가 탑재된 파우치(Connected Pouch) 사진이다 /ⓒH lab 제공

ICT적 융합을 이룬 결과물이다. 장·단점이 있었을 것 같다.

우리는 확실히 강한 ‘시너지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6명이 사용하는 용어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스마트가발을 바라보는데도 관점이 달랐다. 학부생활 내내 전기전자공학을 공부해왔던 친구는 스마트가발의 기획적, 디자인적, 의료적인 이슈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작은 논쟁거리가 우리를 항상 따라다녔다. 하지만 큰 마찰은 없었다. 휴먼*ICT 융합학과를 선택한 이상, 융합을 하겠다는 의지와 서로의 학문을 공부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소프트웨어학 전공임에도 인문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경영학 전공임에도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게 됐다.

 현재 ‘스마트가발’에 보완해야할 점이 있나.

기획 문제와 기술 문제가 있다. 기획 문제는 특허에 관한 것이다. 현재 스마트가발은 특허 출원 중에 있다. 이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 삼성의료단의 자문을 받고 있다는 얘기밖에 할 수 없다. 기술 부분은 정확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가 만든 스마트가발의 상품화는 가능성을 보이는 단계에 그친다. 항암환자를 대상으로 상품화가 되려면 그 무엇보다 기능이 정확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태껏 데스크 리서치를 바탕으로 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수치가 부정확하다. 이런 것을 검증하기 위해서 현재 실제 항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들 몰두해서 연구하는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 팀의 가장 큰 핵심과제는 ‘헬스케어’다. 스마트가발은 우리가 진행한 많은 프로젝트 중 하나일 뿐이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는 대로 스마트신발, 스마트안경, 스마트옷 등 사람들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다른 서비스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다. 연기자들이 그러듯, 우리도 ‘이미지 변신’을 꾀할 때가 왔다. 계속 악역만 연기하면, 악역으로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는가. 때로는 착한, 귀여운, 섹시한 팔색조 매력을 가진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다시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