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얼마 만에 편지를 쓰는 건지 모르겠어요. 훈련소에서나마 마지막으로 집에 편지를 보냈으니 벌써 2년 전 편지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운 여름날 훈련소 햇볕 아래서 훈련하며 집이 무척이나 그리웠는데, 어느새 전역이네요. 안 갈 줄만 알았던 시간이 어느새 가는 걸 보니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서 약간 두렵기도 합니다.
부모님께서 이번에 갑자기 유럽으로 여행을 가신다는 소식을 듣고 참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신다고 하셔서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제가 보고 느꼈던 유럽을 부모님께서도 보고 즐기실 수 있다니 정말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또 동생들만 데려간다고 말씀하셔서 참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이 커졌습니다. 대체 왜 제가 학교를 다니는 중에 가족 여행을 가시는지…. 학교만 아니었으면 벌써 당장에라도 짐을 싸서 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건데…. 왜 그렇게 늦게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못 갈 것을 뻔히 아시면서 복학한 다음에 말씀해주시는 건 너무하신 것 같습니다. 이미 복학해버려서 무를 수도 없었는데…. 게다가 제가 못 가본 터키와 동유럽까지 다 둘러보시고 그것도 신나게 차까지 빌려서 다니신다고 하시니 부러워 죽겠습니다. 일부러 저 빼놓고 가시려고 지금 가시는 건 아니죠…. 동생들은 무슨 복일까요.
부모님께서 이번 가족 여행이 아니고서야 언제 유럽을 우리 가족끼리 다 같이 갈 수 있는 날이 있을까 굉장히 설레 하시면서 이번 여행에 대해서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곧 학교, 취업, 결혼 등 큰일들을 준비하면서 기회가 많이 없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저와 제 동생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이후에도 또 가족끼리 해외로 놀러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아직 못 갔으니까요…. 그때는 언제 가시던지 미리 말씀해 주시면 휴학을 하던, 직장을 다니고 있으면 어떻게든 휴가를 내든지 하겠습니다. 제발 미리 말씀해주세요. 저 빼놓고 가지 마시고.
아무쪼록 가서 즐거운 경험들 많이 하고 오시고, 정말 우려되는 일 없도록 안전하게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일들만 많이 있고,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저 없는) 행복한 여행되시라고 저는 집을 지키면서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너무 재미있다고 연락하나 안 주시지 말고 가끔 전화도 좀 주세요. 요즘 스카이프나 보이스톡 엄청 잘 되는 거 아시잖아요. 벌써부터 아침밥을 어떻게 차려 먹어야 하나 싶지만, 이 기회에 생활력도 더 길러보겠습니다. 세금도 빼먹지 않고 잘 낼게요. 그럼 부모님 잘 다녀오십쇼.
 
from. 김준영(소비자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