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 명장 김규흔 인터뷰

기자명 윤아림 기자 (yar1995@skkuw.com)

 

▲ 한과 명장 김규흔. /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굉장히 오래 한과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일을 시작한 것은 운명 같다. 부인과 인연을 맺었는데, 처가가 한과를 만드는 집안이었다. 어릴 적 먹고 싶었던 한과를 부인을 만날 때마다 먹으니 정말 좋았다. 결혼 후 자연스럽게 처가 밑에서 한과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어릴 적 무슨 생각을 하고 뭘 먹었나에 따라 입맛이 바뀐다. 어린 시절 밀가루를 먹은 한국 사람들은 한과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한과를 먹는 고객은 50대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과의 발전을 위해 박물관을 세워 조상의 혼을 알리자고 생각했다.
한과가 프랑스의 마카롱이나 일본의 화과자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더 낫다는 말을 했다. 한과가 가진 특별한 개성이 있다면.
다른 나라의 과자들은 밀가루가 주원료다. 일본의 화과자는 농산물이 원료이지만 색소를 쓴다. 맛이나 향을 내는 것들은 인공이 많다. 그에 비해 우리 한과는 농산물이 주원료인 발효식품이다. 빨갛게 만들기 위해 백년초 물을 사용하고, 파란색을 내기 위해 녹차를 쓴다.
 
한과는 처음 접하는 외국 사람들도 쉽게 먹을 수 있을 듯하다. 외국인들의 한과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내가 이렇게 말하면 한과에 미쳐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봐도 한과의 맛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전시회나 대사관 초청으로 전 세계 50~60개국을 다녔는데 그중 화려한 음식 문화를 자랑하는 프랑스에서도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한과 체험 전시장 앞에 사람들이 100m가 넘게 서 있었다. 인기가 대단히 많아 전시회가 세 번까지 연장되기도 했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 한과는 세계 어딜 가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기능인으로서 최고의 명예인 명장을 수상했다. 기분이 어땠나.
즐겁지 않았다. 그날 자그마치 1,500 명이 와서 축사했다. 한과를 만들면서 그날처럼 사람들이 많이 온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하지 않던 일로 수상하면 감동이겠지만 하고 있는 일로 수상한 건 단순히 하나의 증표라 생각한다. 최고의 자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명장을 받았으니 더 큰 일을 해야겠구나 생각한다. 욕심이 많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내 개인의 수상보단 전 세계에 한과를 알리는 선구자의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전국 한과 대회에서 1등을 해 ASEM 정상회의에 디저트로 한과를 선보인 일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만든 한과를 무려 26개국 정상들에게 대접했다. 그 일 자체는 영광이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고통스러운 기간이었다. ASEM 정상회의 3개월 전부터 사람들이 나와 일주일에 한 번씩 재료부터 직원까지 검사했다. 회의를 한 달 남겨두곤 이틀에 한 번씩 들이닥쳤다. 그만두려 했지만, 디저트에 일이 생기면 국가적 망신이라는 생각으로 참았다. 그때의 고통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한과에는 숭고함이 있다. 농경시대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삼년상으로 부모에 대한 공경심을 보였다. 하늘 아래 제일 좋은 농산물로 한과를 만들어 부모님께 바쳤다. 이건 조상들의 혼이 담긴 일이다. 돈을 위해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물질적인 것만 좇아 행동하면 마지막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내가 명인이 되고 명장이 됐지만 이름만 가지고 장사를 하면 무엇이 있겠나. 명인이라는 감투는 필요 없다. 오늘은 남은 삶의 첫날이다. 첫날이니 더 강력하게 살아야 한다.
 
이미 이 분야에서는 정점에 올랐는데 더 도전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반기문 총장이 있을 때 UN 본부와 한과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싶다.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한과를 올리고 싶다. 이것이 마지막 꿈이다. 한과는 문화이다. 사람은 태어나 돌잔치, 결혼 이바지 음식, 생일 그리고 제사까지 일생을 한과와 함께한다.
그리고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한과를 모르면 아직 한국을 모른다고 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 한국의 상징으로 한과를 떠올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