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도희 기자 (nico79@skkuw.com)

 

 

지난 14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전국의 편의점, 마트, 문방구에선 각종 사탕, 초콜릿, 비스킷들이 현란한 포장에 싸여 자태를 뽐냈다. 사람들이 저마다 연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과자를 고르는데 심취해있을 때 바로 옆 방앗간의 가판대 위는 조용했다. 우리의 과자, 한과는 그렇게 외면당하고 있었다.
한과의 기원은 과일이 없는 계절에 곡식으로 대신 과자를 만들어 먹던 것에서 비롯됐다. 한과에 대한 기록이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가는 것을 보면 옛날 사람들도 달콤함에 대한 유혹은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불교 행사가 성대했던 고려시대와 임금의 상차림을 매우 중시했던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과는 중요한 음식이었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 서양의 식문화가 들어오면서 한과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오늘날 한과는 명절이나 제사 때만 보는 희귀한 음식이 돼버렸다.
세계 유일의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관장 김기훈)’은 이와 같은 한과의 역사 및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08년 포천에 세워졌다. 박물관은 2층으로 돼있으며 전시관 옆 체험관에선 한과를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한과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선 편의점에서 보는 ‘샤니’표 과자로 우리에게 친숙한 약과가 있다. 그러나 사실 약과는 유일하게 밀가루를 사용하는, 가장 사치스러운 한과다. 꿀, 기름을 넣은 밀가루 반죽을 모양내어 튀긴 후 계피를 섞은 꿀에 재워서 만든다. 흰 가루를 휘날리며 입안에서 폭삭 무너지는 유과는 찹쌀 반죽을 튀겨서 만든다. 꿀과 함께 어떤 고물을 묻히는가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추석 때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끊임없이 손이 가는 엿강정은 서민이 가장 즐겼던 한과다. 땅콩엿강정, 깨엿강정, 콩엿강정 등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은 엿강정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외에도 다식, 정과, 숙실과 등 한과의 세계는 매우 넓다.
프랑스의 마카롱, 독일의 슈니발렌, 일본의 화과자…, 그 사이에서 우리 한과는 당당하다. 박물관은 한과의 우수성을 ‘웰빙’ 그리고 ‘전통’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한과는 쌀, 보리, 땅콩, 잣, 호두, 생강, 각종 제철 과일 등 몸에 좋은 재료가 들어간다. 색을 낼 때도 오미자, 백년초, 치자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 무엇보다도 한과의 정체성은 우리와 일생을 함께 하는 데에 있다. 예로부터 돌잔치부터 제사상까지 한과는 한국인의 시작과 끝을 지키는 동반자였다.
매년 가을엔 박물관의 주최로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한과 페스티벌이 열린다. 한과와 함께 떡, 전통주도 직접 만들어 맛볼 수 있다. 다음 화이트데이엔 페레로로쉐, 고디바 앓이에서 벗어나 연인과 한과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 경기도 포천시 한과문화박물관(한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