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나'에 대한 사랑입니다"
"인문학은 '나'에 대한 사랑입니다"
  • 강신강 기자
  • 승인 2015.03.22 13:25
  • 호수 15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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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사학과 하원수 교수 인터뷰

 

▲ 사학과 하원수 교수.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사학이 국문학이나 철학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사학과와 다른 과의 가장 큰 특징은 사학은 문제에 접근할 때, 늘 시간을 축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3차원의 공간에 살고 있지만, 여기에 시간 축을 추가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살아가는지를 공부하는 학문이다.
 
과거 문·사·철. 즉, 인문학의 위상은 상당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르네상스 이후 사람들의 관심이 신에서 인간으로 옮겨지면서 자연스레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을 것이라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동아시아의 전통 학문이 사대부들의 학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 당시에 중심이 되었던 것이 ‘문·사·철’이었기 때문에 그 영향이 남아 있던 것이기도 하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인문학을 등한시 하는 것 같다.
인문학을 향한 불편한 시선은, 인문학 자체가 근본적으로 현실에 뿌리를 두지만 현실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를 비판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현실을 달리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문학의 본질이다. 이 때문에 현실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인문학에 대해서 좋지 않게 생각한다. 또한, 과거에는 순수학문이 대학의 중심에 있었는데, 지금은 대학이 취업을 위한 과정이 되었다. 이로 인해 인문학이 취업에 불리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진 것이 질문에 대한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러한 생각은 특히 IMF 이후 안정된 직장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확대되었다.
 
사학은 과거의 것만 배우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 않기 때문에 쓸모없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새로운 것도 기존의 것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역사학이 과거의 사실을 알려고 하는 노력이 선행되지만, 결국 이를 통해서 현재를 보는 것에 궁극적 가치를 두는 학문이다. 지금 이 순간 존재하고 있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막연한 상상으로부터가 아닌, 과거의 변화 과정을 통해 예측하는 것이 역사학 일반에서 이야기하는 역사학의 역할이다. 상투적인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사학과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사학과 교수로 20년 가까이 우리 학교에 있었다. 그동안 역사학이라고 하는 학문의 본령에 충실하려고 했다. 이런 위치에서 생각해볼 때, 학생들이 현실의 필요에 응용해 역사를 공부하려고 하는 것은 학부생 개개인의 선택 문제다. 하지만, 학과 차원에서는 그런 것에 중심을 두지는 않으려 한다. 우리 학교와 같이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대학은 역사학의 기반. 즉 가장 정확한 사실의 확인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에 힘을 실어야한다. 1차 산업이 튼튼해야 2차, 3차 산업이 발달하는 것처럼 우리의 의무는 순수 학문의 기반을 잘 닦는 것이다.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문학의 위기는 단순히 취업률이 낮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의 위기는 학문의 위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성형 천국이다. 성형이라고 하는 것은 현재 자신의 모습이 싫으니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점이야 말로 외형만을 따지고 바깥의 기준에 따라 자기를 재단하는 한국 사회의 피폐한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자기를 바꾸려는 욕구가 가장 강한 사회, 스스로 자신을 부정하는 사회야말로 인문 정신이 마른 사회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역사는 개인사라기보다 민족사이고 집단의 역사 아닌가. 역사 속에서 ‘나’를 찾는 것이 가능한가.
인문학이라는 것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결국, 가장 가까운 ‘나’에 대한 탐구가 인문학의 출발점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세상을 나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 어찌 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로부터 시작해 이것이 점차 또 다른 ‘나’로 확대되고 그 가운데 관계가 설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학이 민족, 집단 그리고 사회를 탐구하는 것은 결국 ‘나’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 시대의 상황과 연관성 속에서 나를 파악하는 것이야 말로 역사학 나아가 인문학의 진정한 모습이다.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꿈꾸는 리얼리스트가 돼야 한다. 현실에 기초를 두더라도 꿈이 없으면 안 된다. 인문학은 꿈꾸는 학문이다. 물론, 현실의 세계가 꿈꾸는 것을 좋아할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더 이상 젊은이들이 현실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이제 결코 후진국이나 약소국이 아니다. 우리 학생들이 외부의 환경이 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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