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성균관대학교는 61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 역사는 학교 홍보에 곧잘 쓰이는 617이라는 숫자나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유학대학 같은 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만, 난 언제나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왔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지낸 1년 동안 나는 617년 역사의 향취를 전혀 맡을 수 없었다.
내가 새내기로 우리 학교에 입학했을 때, 나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입학식에 갔더니 우리 학교의 선배들은 이이, 이황 같은 조선의 슈퍼스타들이었고, 필수 과목인 ‘논어’는 평소 두리뭉실하게 알고 있던 유교에 대해서 제대로 배워볼 기회라 생각했다. 하지만 개강하고나서 본 실상은 달랐다. 2학년 우선 과목인 성균 논어 대신 1학년이 전공 진입을 위해서 필수로 들어야 하는 영어 쓰기와 영어 발표가 존재했고, 인기 학과에 진입하고자 하는 친구들은 별것 없다고 확인한 동기 모임보다 중앙 도서관에서 더 많이 마주쳤다. 나는 높은 학점이 필요한 학과 희망이 아니었음에도 이러한 분위기는 시험마다 나를 살벌한 기분으로 만들었다. 인문학을 전공하러 온 나에게 영어를 강요하는 필수 과목들과 높은 학점을 바라는 학우들과의 경쟁, 그리고 이를 위해 여타 캠퍼스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건물들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다 보니 겨울이 왔다. 눈이 쌓인 인문관 앞에서 바라본 우리 학교는 ‘616년 역사 위에 서 있는 성균관대학교’가 아니라 대학 서열의 ‘서성한 중 하나인 성대’가 더 어울려 보였다.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은 단지 옛날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 속에 숨겨진 정신적 가치를 본받고 우리의 방식으로 발현하는 것이다. 공자가 논어에서 강조한 ‘효(孝)’를 실천하기 위해서 어떤 이가 허벅지의 살점까지 잘라냈다고 해서 우리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러한 경직된 해석이 공자의 뜻을 방해하고 죽이는 주도적 역할을 맡는다. 부모를 사랑하는 그 마음을 본받고 그 마음을 현대의 방식에 맞게 실현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다. 나는 건물들을 모두 기와집이나 초가집처럼 바꾸고, 우리들의 과잠을 전부 유생 옷으로 바꾸는 등의 퍼포먼스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퇴계 이황, 율곡 이이의 후배임을 자처하고 617년 역사 위에 서 있다고 자부한다면, 그들의 정신적 가치와 사상을 물려받고 우리 방식으로 발현하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대성전에 모셔져 있는 우리들의 스승 앞에서 제자임을 자처할 때, 제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배움의 길을 걷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 안태홍(철학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