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솔 편집장 (eunsol_kim@skkuw.com)

“질문 있습니까? 반박할 사람 없어요?”라는 질문에 조용해진 강의실. 교수님이 시키자 그제야 입을 여는 학우들. 꼭 필자가 듣는 수업이 아니더라도, 강의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수업 시간에 손들고 ‘질문’하는 것을 꺼리고, 질문하는 옆 친구를 어색하게 바라보는 학우들의 모습. 상호 소통하는 교육이 부족하다는 말은 꽤 오래전부터 나온 말이고, 한국 교육의 해결 과제가 된지도 오래다. 어릴 적부터 ‘질문하기’보다 ‘수긍하기’에,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기보다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의문이 생겨도 좀처럼 말을 꺼내려 하지 않는다. ‘괜히 나서서 관심을 끌고 싶지 않다’거나,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새는 각종 창의적 교육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활발하게 질문하는 교육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필자를 비롯한 주위의 많은 학생들은 의문이 생기는 일에 입을 열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런데 ‘학생들이 수업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는 문제는 단순히 학교 안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대학 강단에서의 학생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신과 관련된 일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학생들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사회 문제에는 더더욱 목소리를 내길 꺼린다. 소위 ‘정치적’으로 보일까 봐, 혹은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입을 다무는 학생들, 그리고 묻지 않는 학생들.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사회·정치적인 문제에까지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학생들, 그리고 그런 방관자적 모습을 조장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안녕한 것일까. 강단에서 학생들이 언뜻 받았던 그 시선은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번호 사회면에서는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를 조명했다. 내부고발자는 ‘조직 내부 혹은 외부의 부정 거래나 불법 행위 등을 신고하고 공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내부고발자들은 이후 조직 내에서 승진에 불이익을 받거나,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심지어 파면당하는 등 ‘할 말을 했다는’ 이유로 보복 당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공익에 위배되는 부조리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조직의 명예를 훼손한다’ 등의 이유로 외면하고 탄압하는 사회. 그 속에서 부조리를 목격한 사람들은, 선뜻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그러나 이 ‘내부고발자’는 조직 안에서만이 아닌 사회 전체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지난해 국제부정행위조사관협회(ACFE)가 세계 10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1,483건의 부패 사례에 따르면, 부패의 최초 적발 경로는 ‘내부제보(42.2%)’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조직의 비리를 폭로할 때 ‘내부 고발’이 가장 효과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장 필요하다. 더 이상 소수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서만 변화 가능성을 두는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리고 강단에 침묵만 흐르는 대학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학 내외에 ‘질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우리, 학교 본부, 그리고 사회의 모습이 필요하다. 손들고 질문하는 학우의 말로부터 활발한 토론이 시작되듯,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으로부터 막힌 사회를 뚫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