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키노 뮤지엄 손원경 대표 인터뷰

기자명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 '토이키노 뮤지엄' 손원경 대표의 모습. /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40만 개의 장난감. 평범한 완구 공장 이야기가 아니다. 특별한 어른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장난감을 많이 모은 남자. 지난 11일 서울 중구 정동에 개관한 ‘토이키노 뮤지엄’ 손원경 대표의 장난감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많은 장난감을 언제부터 모았나.

어릴 때 집에 컬러TV가 있었어요. 당시는 흑백TV 시절이라 AFKN이라는 미군들이 보는 방송만 컬러로 시청할 수 있었죠. 이 방송을 보며 미국 문화를 동경해왔어요. 또 외국에서 어른들이 사다주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미국 대중문화와 친숙해졌죠. 어린 시절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 때문에 장난감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장난감을 사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수집하겠다는 맘도 없었어요. 귀여우니까 하나둘씩 샀죠. 나이가 들면서 더 모으게 됐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키덜트라고 생각한다. 키덜트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나.

2000년 즈음부터 키덜트란 말이 생겼어요. 그 단어가 굉장히 좋았어요. 더 이상 어른들이 재밌는 장난감을 터부시하지 않고 모을 수 있는 시대. 이 새로운 문화시대를 이끌어가는 성인들의 자화상이 키덜트 문화랄까요? 21세기의 대중문화를 키덜트란 말로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키덜트 문화를 즐기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

즐긴다는 건 능동적인 게 아니라 수동적인 거죠. 전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거예요. 예를 들어 볼게요. ‘다음 달이면 어벤저스2가 개봉하는데 새로 나온 피규어는 뭐가 있지?’하며 자연스레 뭔가를 찾아가는 거예요. 물 흐르듯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요. ‘뭔가를 즐겨야겠다.’ 이런 건 말도 안 되죠.

 프라모델, 피규어, RC카 등 키덜트 문화의 많은 콘텐츠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토이’요. 피규어처럼 딱 봤을 때 귀엽고 재밌는 것들이 좋아요. 사실 전 움직이는 걸 싫어해요. 움직이면 스트레스 받아요.(웃음) 그래서 변신 로봇도 싫어해요. 개인의 취향이죠.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면 움직이는 걸 가지고 놀면 되는 거예요. 전 정적이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다보니까 피규어를 좋아하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

 박물관을 둘러보니 만화와 영화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관련된 장난감까지 있더라. 수집품이 정말 다양하다.

스포츠라 하면 메이저리그 야구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팬이에요. 스타워즈는 엄청난 충격을 줬던 영화고요. 히어로물은 예나 지금이나 좋아하죠. 애니메이션은 어릴 때부터 즐겨봤어요. 아침 8시에 눈 뜨자마자 디즈니 만화를 틀어 봤을 정도로요. 다양한 관심사가 있기 때문에 모으는 거죠. 요새는 원피스가 굉장히 재밌네요. 리락쿠마도 좋아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수집품들마다 추억이 있지 않나.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 달라.

장난감을 보면 대학 다닐 때 사귄 여자친구가 생각나요. 데이트 코스도 언제나 제게 맞춰 정했죠. 압구정에서 만나 아기자기한 소품가게를 쭉 돌아요. 그 다음 근처 백화점에서 밥을 먹고 장난감 코너에 가죠. 고스트버스터즈, 배트맨 피규어를 그때 샀어요. 여자친구에게 다음에 만나면 충무로에서 영화를 보고 황학동 장난감 거리에 가자고 말해요. 거기서 또 장난감 구경을 하는 거죠.

수집한 장난감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 재밌을 것 같다.

제 수집품을 남과 공유하며 느끼는 즐거움은 거의 7~8년 전에 끝났어요. 전시를 하면 신경을 잘 안쓰게 되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찍으면 처음엔 많이 보다가 나중엔 안보죠. 사람들이 재밌게 봐주면 그건 이제 내 것이 아니라 관람하는 분들 것이에요.

앞으로 키덜트 문화를 어떻게 만끽해나갈 생각인가.

장난감을 수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 문화 자체를 창출하고 싶어요. 동화책이나 팬시상품 등을 만드는 거죠. 원래 구상했던 여러 가지를 시작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