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봄이다. 누구에게는 마지막인 듯, 누구에게는 다시 태어난 듯한 봄. 남쪽에서부터 꽃은 피기 시작한다. 산수유, 매화, 개나리, 동백 그리고 벚꽃까지. 매화와 벚꽃을, 산수유와 개나리를 구분하지 못해도 좋다. 새로운 생명도, 새로운 의지도 그리고 삶의 모종의 순간을 맞이한 새내기의 도전도 봄과 새로이 핀 꽃 앞에서 공평하다. 누구나 공감한다. 순식간에 필 수는 없는 꽃과 우리네 젊음은 동의어란 것을. 도종환 시인의 유명한 시 구절을 외워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시대, 피울 곳이 마땅찮은 열정을 악용한 소위 '열정페이'에 대한 비난은 이미 들끓고 있다. 나는 분명 '열정페이'가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젊음의 새내기인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봉우리를 틔우는 데에는 조급함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열정과 조급함, 둘을 잠시 떨어트려 놓고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지긋지긋하게 뉴스에 보도되어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의 모순을 잠시만 내려두고 말이다. 니체는 짜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서 말했다. "그대는 굴레에서 벗어나도 좋은 그런 자인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냐고? 그것이 짜라투스트라와 무슨 상관인가! 그대는 환한 눈길로 내게 말해야 한다.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를."
학번과 나이를 떠나 여전히 젊음의 새내기인 우리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등록금, 월세, 매일매일 두세 번 끼니의 가격부터 인양되지 않는 진실을 비롯한 수많은 사회문제 또 진로와 취업, 연애까지 수많은 문제 앞에서 우리는 조급해지기 쉽다. 또한, 언젠가부터 '혁명'이라는 단어는 인간 사회에서 기술로 옮겨갔다. 산업 혁명, 원자력 혁명, 디지털 혁명 등 자꾸만 인간에게서 기술로 '혁명'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혁명과 함께 급변하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덕은 무엇인가, 정의는 무엇인가와 같은 큰 테두리의 문제에서부터, 내 꿈은 무엇인가,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와 같은 개인적인 질문까지 우리는 조급한 마음을 잠시 재워두고 스스로를 깨울 필요가 있다. 물론 정신없이 달려가는 청춘들에게 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니 내면의 거울을 다시 한 번 보고 함께 걷자. 다양한 꿈과 도전의 꽃들이 만개할 이곳에서 김수영 시인의 '봄 밤'이란 시를 읽으며 잠시 숨 돌리고 가자. 그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 이도형(철학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