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과 플리마켓
벼룩시장과 플리마켓
  • 강도희 기자
  • 승인 2015.04.05 12:53
  • 호수 15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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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하다 보면 귀찮고 속상한 일도 있지만, 한바탕 놀고 와서 기사를 쓰는 일도 더러 있다. 이번 패션 기획이 그랬다. 옷 잘 입는 사람을 만나서 수다 떨듯 얘기하고, 디자이너 분께 옷 선물 받고, 플리마켓에서 쇼핑도 한, ‘데이트’ 같은 취재였다.
전국대학생패션연합 O.f.f.의 모토는 Off the fixed idea of fashion,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라’다. 거리에 나가면 이상하게 옷 입는 사람이 천지라 패션만큼 고정관념 깨기 쉬운 분야가 어딨나,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그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 나는 플리마켓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사는 지역에선 매주 금요일마다 구청에서 벼룩시장이 열렸다. 엄마는 나보다 열한 살 어린 동생의 옷을 거기서 샀다. 꼬마들은 몸이 금방 자라서 새 옷을 사기가 아깝다는 것이었다. 파는 아줌마들도 대게 자기애들의 옷을 팔았다. 난 따라가서 짐을 들면서 좀 부끄러웠다. 동생 옷은 도대체가 새 옷이 없었다.
그런데 이태원의 플리마켓은 신세계였다. 예쁜 언니들이 의자에 앉아 다리를 까딱까딱하며 물건을 팔았다. 구경하는 사람들조차 페도라에 선글라스, 혹은 싸이하이 부츠를 신은 모습에서 ‘패피’의 포스가 느껴졌다. 한쪽에서 파는 마카롱과 샌드위치는 축제를 연상시켰다. 피프티서울 플리마켓에서 나는 탐스 단화를 3만 원에 사고, 리복 청재킷을 8천 원에 샀다. 빈티지 원피스를 3천 원에 샀을 땐 흥분이 절정에 달했다. 그날은 옷 싸게 샀다고 하루 종일 자랑만 했던 것 같다. 동생이 ‘헌 옷’을 입는다고 부끄러워했으면서 나는 ‘빈티지’를 샀다고 뿌듯해하다니. 단지 ‘벼룩’이 ‘플리’가 되고, ‘아줌마’가 ‘셀러 언니’가 된 것뿐인데. 다음 달 플리마켓이 열리면 동생 것도 좀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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