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솔 편집장 (eunsol_kim@skkuw.com)

 

“일반 학교 같은 경우는 그렇잖아요. 뭔가를 만들어 놓고 ‘이걸 해라’라고 얘기를 하죠. 그럼 이걸 좀 뒤집어보면 어떨까? 네가 하고 싶은 게 뭐냐? 그러면 그걸 과목으로 만들어주겠다.”
 
tvN <리틀 히어로>에 출연한 열정대학 설립자 유덕수씨의 말이다.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20대를 위한다’는 그의 모토에 따라, 열정대학은 ‘하고 싶은 일’이 모두 과목이 되는 학교로 설립됐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안고 배움을 시작한다.
20대.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필자가 느끼는 요즘의 대학생들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는 것 같다. ‘학점 4.5’나 ‘대기업 취직’이 삶의 행복을 위한 전제조건처럼 여겨지는 요즘, 대학은 더 이상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울 수 있는 곳이 아닌, 높은 학점과 취업을 위한 전 단계로써 의미가 퇴색됐다. 이런 대학가에서 학우들은 주체적으로 적성과 흥미를 찾기보다, 졸업을 위해 정해진 과목들에, 영어점수와 대외활동에 몸을 맡긴다. 지금 우리는 대학을 ‘잘’ 다니고 있는 걸까. 대학(大學). 말 그대로 ‘큰 배움’을 하는 학문의 장이라고 일컬어진다. 나 역시 이 배움이 단기적인 ‘취업’을 위한 수단이 아닌, ‘진정한 나를 찾는’ 배움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되묻는다. 우리는 지금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최근 건국대학교의 영상학과, 영화학과를 비롯한 대규모 과 통폐합 안이 화두에 올랐다. 수많은 학생의 꿈을 좌지우지하는 이 같은 문제는 그러나 하루아침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일전에 본지에서도 서일대의 문예창작과, 연극과 등 예체능계열 일부 학과의 통폐합 문제를 기사화했을 정도로, 대학가의 과 통폐합 및 폐지에 대한 문제는 수면 아래에 항시 존재해왔다. 왜 학교는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권리’를 빼앗기 시작한 걸까.
이러한 문제는 일차적으로 대학이 생각하는 대학(大學)과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대학(大學)의 괴리에서 기인한다. 교육부가 대학 평가 요소에 ‘취업률’을 넣으면서, 대학은 스스로 ‘취업이 잘되지 않는 학과=대학에 불필요한 학과’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큰 배움’이라는 대학의 근본 취지와 배움의 주체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묵살됐고, ‘꿈에 대한 열정’보다, ‘취업 가능성’이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취업을 위한 장’으로서 학교 다니기를 요구받고, 취업과 학점 걱정에 매몰돼 자신의 꿈을 돌아볼 기회를 잃었다. 취업보다 자신의 적성, ‘꿈’을 찾아 들어온 학생들에게 이러한 현실은 너무 가혹하기만 하다.
다시 돌아 가보자. 앞서 말한 열정대학에는 ‘뮤지컬 배우 인터뷰 학과’나 ‘번지점프학과’ 등 이름만 들으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드는 학과들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응원과 관심 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사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는 배움을 찾아온 학생들에게 대학이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우 하나하나의 의견을 듣고, 꿈을 찾고자 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일, 응원하고 지원하는 일. 당장 커리큘럼을 180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취업률이나 연구 성과를 늘어놓기 전에, 우리 학교는 ’학우들이 맘 놓고 꿈꿀 수 있게 해주는’ 학교라고 자랑하고 싶다. 열정대학은 대학 설립의 목적을 ‘대한민국 청년들이 소득과 사회적 지위 등에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천직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진정 학우들이 필요로 하는 대학의 역할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