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다빈 기자 (dabin@skkuw.com)

 

▲ <트렌드코리아 2015> 표지. /ⓒ알라딘

결정장애 현상은 단순한 증상을 넘어 하나의 소비트렌드인 햄릿증후군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작년 11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5>를 통해 2015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COUNTSHEEP를 선정했다. 그중 1순위인 ‘C’가 바로 'Can’t make up my mind:햄릿 증후군'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5> 공동저자인 상명대학교 이준영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햄릿 증후군’이란 무엇인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 깊은 고뇌에 빠진 햄릿처럼,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결정장애’를 앓는 현대인들의 현상을 말한다.
 
햄릿 증후군이 2015년의 소비트렌드 키워드 1순위로 꼽힌 이유는 무엇인가.
현대 사회는 정보 과잉의 시대다. 데이터 스모그(Data smong, 정보 과잉)로 인해 질적으로 낮은 정보들이 유포되며 소비자들은 정보과부하에 걸리게 된다. 정작 필요한 핵심적 정보와 대안은 놓친 채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결정장애의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또한 한국적인 특수성도 한몫 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 공식대로 정해진 정답을 맞히고 대세를 따라 살아간다. 많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선택이 옳은가’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고, 그 선택에 따른 책임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나아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따라 살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지게 되면서 이 시대의 햄릿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사실 이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배분할 것인가’를 묻는 경제학의 고전적인 ‘선택과 기회비용’의 문제다.
기회비용의 측면에서도 햄릿 증후군을 분석할 수 있다. 2,3개의 선택지와 수십 개의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을 비교해 보자. 후자의 상황이 포기해야 하는 대안들이 훨씬 많다. 기회비용으로 손실의 값이 매우 커지게 되고 결국 소비자는 이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며 고민에 빠진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계속해서 커지게 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베리 슈워츠도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내가 다른 걸 선택했더라면’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럴 때마다 후회는 조금씩 더 커지고, 이미 선택한 것에 대한 만족은 조금씩 작아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
 
햄릿 증후군에 걸린 소비자들을 위해 우리나라는 경제·문화·사회적으로 어떻게 변할 것으로 생각하나.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각광받을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만족’이라는 개념 못지않게 ‘최적’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소비자에게 최적의 소비·제품조합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커머스’가 햄릿 증후군에 걸린 소비자들에게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도 잘 모르는 개인의 취향을 대신 분석해 최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렌드코리아 2015>에서 예측한 ‘햄릿 증후군’이 소비트렌드로서 얼마나 성공하리라 예측하나.
<결정장애 세대>의 저자 올리버 예게스도 요즘 세대를 ‘메이비 세대(Generation maybe)’라고 지칭했다. 병적으로 결정을 미루는 결정장애 현상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나쁜 습관의 차원이 아니다. 사람들을 정보 과잉의 바다에 빠뜨리고 수많은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적 배경이 기인하는 바가 크다. 햄릿 증후군은 이 시대의 소비자들을 규정하는 더욱 중요한 개념이 될 것이다. 이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사회와 기업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햄릿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소비뿐만 아니라 삶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매 순간이 올 때마다 고민한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을 때 미래에 후회하는 상황’을 항상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자기 확신이 결여된 채로 살아가기보다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삶을 살아야 한다. 확신을 가지는 것이 나중에 실패할 수는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보다 가치 있는 삶임을 명심하라.

▲ 상명대학교 이준영 교수가 대중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이준영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