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렬 디자이너 인터뷰

기자명 이성경 기자 (stellask@skkuw.com)

 

▲ ⓒ송승렬 디자이너 제공

간단히 자기소개 해달라.
저는 COMPATHY에서 디자인하고 있는 송승렬이라고 합니다. 대학생 때부터 쭉 패션일 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패션 쪽에 관심 있었던 건가.
학생 때부터 옷을 좋아했어요. 생소한 브랜드들을 가져와서 애들한테 알리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 그런 거 있잖아요.(웃음) 그 와중에 고등학교 1학년 때 <모델>이란 드라마를 보게 됐어요. 장동건이랑 김남주 나오는 거요. 제목은 모델이지만 디자이너가 굉장히 멋있게 나오는 거예요. ‘그 디자이너, 나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의상디자인과에 대해 찾아보니까 입시 미술을 해야 되더라고요. 그래서 입시 미술 시켜달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안된다고 엄청 혼났어요. 애초에 예체능 쪽은 생각도 안 하셨거든요. 근데 난 억울한거죠. 난 그게 하고 싶은데. 그래서 집을 나갔어요. 처음으로 가출을 해봤어요. 결국, 아버지가 말씀하시더라고요. “네가 선택한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어? 약속할 수 있니?” 그렇게 아버지랑 약속하고 입시 미술을 시작하게 됐죠.
30대의 나이에 성공적인 브랜드 대표. 절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해달라.
대학교 3학년 때 기회가 왔어요. 교수님이 홍은주 디자이너 파리컬렉션 도와주지 않겠냐 해서 시작했죠. 그때 제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만뒀어요. 작업하는 게 좋으니까. 선생님 밑에서 일하면서 친분이 생겼고, 그 인연이 이어져 인터넷쇼핑몰에 선생님 옷도 입점하게 됐어요. 2007년도에는 선생님이 저한테 “너 그럼 남성복 좀 해볼래?” 라고 제안하셨어요. 좋은 기회잖아요. 이 기회를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말했죠. “ 할게요. 대신 제 이름을 걸 수 있게 해주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당돌한 얘기죠. 하지만 선생님은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어요. 그게 08S/S 엔쥬반(ENZUVAN) 컬렉션이에요.
 
O.f.f. 회원으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처음에는 선배들의 권유로 들어가게 됐어요. 의상디자인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있잖아요? 우리가 TV에서 보는 거요. 사실 1학년 땐 그런 거 안 배워요. 그런데 동아리에서는 할 수 있었어요. 다 같이 정기 쇼도 하고,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가 생긴다는 것도 좋았죠. O.f.f.에 디자인과만 있는 건 아니에요.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건축학과, 사회복지학과…. O.f.f.라는 공간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죠. 그렇게 O.f.f.를 통해 맺은 인연이 아직도 도움이 돼요.
 
▲ COMPATHY에서 만든 옷. /ⓒ송승렬 디자이너 제공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가.
Compathy의 뜻이 ‘공감’이에요. 기존 디자이너들은 공감하는 것보다는 전달하려 하죠. “내 생각은 이렇고, 내 스타일은 이거고, 내 컨셉은 이거야. 이거 한 번 봐봐!” 저는 다른 것을 하고 싶어요. 디자이너의 색깔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성도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중간치를 끌어내는 게 제 목표에요. 너무 상업적이지도 너무 예술적이지도 않은 옷이요.
 
지금 디자인이 도용당한 문제로 소송 중이라고 들었다. 디자이너로서 디자인 카피 문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디자인 도용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요. 이번 사건이 있고 나서 제가 페이스북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올리니까 많은 분께 연락이 왔어요. 자기도 같은 일을 겪었다고, 힘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했다고, 힘내라고.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요. 힘이 없으니까. 저는 제 일이 선례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일로 사람들이 디자인 도용은 문제고, 잘못된 일이란 것을 느꼈으면 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가?
저는 디자이너지만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그걸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라요. 그 원하는 일을 하려면 운영자의 입장도 디자이너의 마음도 동시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MD(merchandiser)들은 디자인을 안 해봤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힘든 점을 잘 몰라요. 디자이너도 MD의 힘든 점을 모르긴 마찬가지고요. 그 중간의 일을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쪽 입장도 이해하고 저쪽 입장도 이해하고. 그 가운데서 작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키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