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도희 기자 (nico79@skkuw.com)

 

▲ 월드디제이페스티벌에 참가한 O.f.f.회원들. /ⓒO.f.f.제공

어딜 가나 패션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많다. 유명한 패션 블로거들의 하루 방문자 수는 백만 명이 넘고, 평범한 사람들도 인스타그램에 ‘#봄날’ 같은 해시태그를 붙여 옷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린다. 이들을 위한 각종 패션잡지, 스트리트 패션 사진집,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해 주는 앱 등의 패션 전문 매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패션에 제한이 어디 있겠냐만 아마 이중 가장 패션에 관심이 많은 계층은 이제 막 교복을 벗어 던진, 새로움에 눈을 반짝이는 대학생들이 아닐까.
 
전국대학생패션연합회 ‘O.f.f.’(회장 김유경)는 이렇게 패션에 대한 관심이 넘치다 못해 폭발한 대학생들이 만든 단체다. O.f.f.는 1996년 12월 서울의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었다. 이름의 유래는 ‘Off the fixed idea of fashion’, 즉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자는 뜻이다. ‘패션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대학생의 시선으로 본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80여 명의 회원이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서울 다섯 개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O.f.f.의 가장 큰 활동은 패션쇼다. 쇼는 1년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열리는데, 3월엔 4개 지방 지부 중 하나에서, 9월엔 서울에서 열린다. 디자인팀은 직접 옷을 만들고, 기획팀은 무대를 구성한다. 매회 주제는 다르다. 지난해 9월, 패션쇼 ‘격랑의 땅, 아프리카’가 아프리카의 자연을 이야기했다면, 지난달 7일 부산에서 열린 패션쇼 ‘Art Museum in Busan’은 영화를 다뤘다. △로맨스 △판타지 △호러 △SF 네 개의 테마로 꾸며진 무대는 패션쇼뿐 아니라 힙합 공연, 미술품 전시도 함께 진행된 하나의 예술 행사였다.
패션쇼 외에도 O.f.f.의 일 년은 숨 가쁘게 돌아간다. 플리마켓을 열어 자체 제작한 옷을 팔기도 하고,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등의 축제에 참가해 단체를 홍보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주민 여성들에게 팔찌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거나, 청소년 수련원에서 신발 리폼 방법을 알려주는 등의 봉사활동도 한다. 평소엔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옷 만드는 법을 배우고, 개개인의 포트폴리오를 제작한다. 때때로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선배가 멘토링을 해주기도 한다.
회원은 매년 1, 2차 면접을 통해 모집한다. “의상학과 학생들이 많지만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건축학과, 사회학과와 같이 옷과 관련 없는 학과 학생들도 있어요.” 회장 김유경 씨는 옷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전공이나 경력은 별로 중요치 않다고 한다. “패션 관련 학과가 아닌 학생들은 직접 옷을 만들기도 어렵고, 관련 학과라 해도 내가 만든 작품을 남에게 보일 기회가 잘 없어요. O.f.f.가 그런 기회의 장을 만들어 주는 거죠.” 전문가가 아닌 학생들이다 보니 쇼를 준비하는 과정도 험난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김유경 씨는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찾는 길 일부이니 많은 분이 도와주세요. 후원을 해주거나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주시죠”라 말했다. 사실 경력만을 생각한다면 서포터즈나 인턴 등 다른 활동도 많다. 그러나 주최 기업을 위한 활동이다 보니 기업과 학생들의 위치가 평등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O.f.f.는 회원들의 역량을 살려 각자가 원하는 옷을 만들게 하는 것이 목표다. 학생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활동한다.
벌써 서울 지부 회원들은 9월에 있을 패션쇼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주제는 ‘청춘’이다. 20주년 기념 패션쇼인 만큼 오늘까지 O.f.f.를 있게 한 대학생, 청춘들의 일상을 옷으로 표현한다. 내가 좋아하는 옷, 내가 추구하는 패션을 위한 그들의 열정은 무대 위에서 빛날 것이다.
▲ 지난달 7일 열린 정기패션쇼 'Art Museum in Busan'. /ⓒO.f.f.제공
▲ 지난해 9월에 열린 정기패션쇼 '격랑의 땅, 아프리카'. /ⓒO.f.f.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