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도희 기자 (nico79@skkuw.com)

 

▲ ⓒPIXABAY

무리의 ‘양복쟁이’들이 출현했다. 양복을 입고 도로를 질주하는 70여명의 청년들. 그들의 발아래 놓인 건 스케이트보드였다. 스케이트보드샵 ‘롱로드’에서 주최한 ‘선데이 시티크루징’ 행사에서 보드 라이더들은 이날의 드레스코드 ‘맨 인 블랙’을 갖춰 입고 마로니에 공원에서 종로까지 달렸다. 스케이트보드는 대체 어떤 매력을 가졌길래 한여름 태양 아래 이들을 사로잡은 걸까.
 
스케이트보드(이하 보드)는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땅에서도 서핑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으로 시작됐다. 당시 보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미국 청소년 대부분은 보드를 즐긴다. 이러한 보드 열풍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1970년대에 처음 소개돼 롤러스케이트와 함께 인기를 끌었고, 1978년엔 스케이트보드 연구회가 세워졌다. 청년들은 보드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열광했다. 1990년대 대학로는 보드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였다. 최근엔 지드래곤, 엠버 등 연예인이 보드를 타는 모습이 방송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보드의 종류는 크게 스탠다드보드, 롱보드, 크루저보드 세 가지로 나뉜다. 흔히 보드라 하면 팔 하나 정도 길이에 양끝이 위로 약간 휘어져 있는 것을 생각하는데 이것이 스탠다드보드다. 그냥 스케이트보드라고도 하고, 줄여서 ‘스캡’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편 롱보드는 길이가 1m 이상 되는 큰 보드로 무겁고, 폭도 더 넓어 안정감이 있다. 크루저보드는 앞의 두 보드와 달리 앞쪽이 넓고 뒤쪽이 좁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있다. 최근엔 휴대하기 편한 작은 사이즈의 크루저보드가 인기가 많다.
어떤 보드를 타느냐에 따라서 어떻게 탈 것인지도 달라진다. 스탠다드보드는 바퀴가 단단해 트릭용으로 많이 쓰고, 롱보드는 속도가 빨라 주행용으로 좋다. 많은 사람이 보드를 즐기면서 기술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발로 땅을 밀어서 앞으로 가는 푸시오프(Push off), 앞쪽을 들어 올려 방향을 바꾸는 틱택(Tick Tack) 등의 기본적인 기술부터, 보드 위에서 몸은 그대로 두고 보드를 180도 돌리는 샤빗(Shove-It), 뛰어오르는 중에 보드를 돌리는 킥플립(Kick flip) 등의 고급기술까지 보드 기술은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여러 기술을 프리스타일로 연결하면 롱보드댄싱, 크루저댄싱이 된다.
보드는 타투, 그래피티 등과 함께 ‘불량스럽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그러나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은 보드가 익스트림 스포츠의 한 종목이자 여러 예술이 집합된 하나의 문화라고 말한다. 롱보드댄싱처럼 보드의 다양한 트릭과 음악이 만나면 공연예술이 되고, 직접 디자인한 보드는 하나의 미술작품이 된다. 패션과의 만남도 빠뜨릴 수 없다. 보드 자체가 패션아이템이기도 하고, 비니, 니삭스 등 보드를 탈 때 입는 옷 역시 하나의 패션코드가 된다.
보드가 과격하고 타다보면 다칠까봐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에 있는 각종 동영상이나 보드 전문 학원의 도움을 받아 초심자도 쉽게 배울 수 있다. 보드샵을 운영하는 배안기 씨는 30대 후반에 보드에 처음 눈을 떠, 현재는 일요일마다 보드 무료 강습을 한다. 배 씨는 “트릭으로 자유롭게 개성을 표현할 수 있고, 성취감도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주말엔 온가족이 다함께 각자 보드를 챙겨 놀러간다”고 말했다. 시원하게 부딪히는 바람, 온몸으로 느끼는 리듬. 보드와 한 몸이 되어 드라이브하다 보면 <날아라 슈퍼보드>의 손오공이 왜 양탄자도, 빗자루도 아닌 보드를 탔는지 알게 될 것이다.
▲ 왼쪽부터 스탠다드보드, 롱보드, 크루저보드 /ⓒ헬프유바이 쇼핑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