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향해 첫걸음 딛는 '또라이'들을 위해
세상 향해 첫걸음 딛는 '또라이'들을 위해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5.05.03 14:56
  • 호수 15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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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촌에 위치한 '또라이양성소'의 입구 모습.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신촌 거리 구석에서 혼자 빛나는 ‘또라이 양성소’ 간판. 빨강·노랑·파랑으로 칠해진 통로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는 멤버들의 사진이 촘촘히 걸려있고, 통로 끝의 벽은 벽지 대신 뒷면을 드러낸 명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들리는 힘찬 인사말, “어서 오세요, 또라입니다!”
서대문구 창천동의 ‘또라이 양성소’(이하 양성소)는 최게바라 기획사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양성소는 낮에는 모두에게 열린 사무공간이자 카페로, 저녁에는 갖가지 문화행사가 열리고 방문객들의 친목을 빚는 문화공간이자 펍(Pub)으로 운영된다. 이렇게 네 가지 역할을 겸하는 공간으로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다.
지난 3월 말 개관한 양성소 부지에는 원래 퇴폐 유흥업소가 자리했다고 한다. 최게바라 기획사 직원들은 내벽을 직접 허물고, 전기·수도·바닥 공사까지 손수 해내며 이 공간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공사 중에 잠시 들르고 이번이 두 번째라는 한 방문객은 “그 황폐하던 곳이 이렇게 완벽히 청년들을 위한 곳이 될 줄 상상도 못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조웅 소장은 “양성소는 ‘제로 베이스’도 아니고 ‘마이너스 베이스’에서 출발했다”며 농담을 던지고는 “너무 자식 같은 공간이라 무언가 추가되는 게 있을 때마다 울컥울컥 하곤 했다”고 웃었다.
원색의 알록달록한 공간 한 편에는 말끔히 정리된 일간지들이 이곳이 사무공간임을 주장하고 있었다. 원래 양성소는 1인 혹은 스타트업 문화 기획자들의 모임인 ‘또라이 레이블’ 회원들을 위한 사무공간으로 계획됐지만,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문을 활짝 열었다. 독립된 사무실과 회의공간을 갖추기도 벅차고, 매번 비용을 감당하며 공간을 대여하기도 힘든 청년 기업인들과 예술인들이 주된 이용객이다. 기자가 방문한 초저녁에도 테이블 가득 서류를 펼쳐놓고 일하는 한 청년이 보였다.
그러나 양성소는 단순히 사무만 보고 나가는 공간이 아니다. 양성소는 이곳을 찾는 후배 청년단체들을 서로 소개하는 ‘또라이 올림픽’ 등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를 열고 있다. 양성소를 종일 관리하는 김채윤 매니저는 “최게바라 기획사가 청년들과 혹은 청년들이 다른 청년들과 교류하고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오래전부터 바라왔다”며 “양성소를 그런 여건을 갖춘 공간이자 미디어로써 청년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남북청년한잔' 행사의 참가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한참 인터뷰가 진행되던 도중 박민규 매니저가 조명을 낮추더니 테이블을 옮기고 칠판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양성소가 문화공간으로 변신할 시간이었다. 이날 저녁에는 ‘남북청년한잔(이하 한잔)’ 행사가 예정돼있었다. 남북한 출신의 청년들이 서로의 경험담을 ‘수다 떨며’ 감정의 벽을 허무는 ‘남북청년토크’는 최게바라 기획사의 유명 기획이다. 그러나 이 행사에 참석했던 청년들은 매 ‘토크’에서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계를 지속해 나갈 기회를 원했고, 양성소는 이에 응답했다. ‘한잔’은 그 결과물이다. 양성소에서 개최되는 두 모임을 통해 친해진 남북한 청년들의 공동체는 ‘남북청년농활대’나 ‘남북청년 운동회’, ‘남북청년페스티벌’ 기획으로까지 이어졌다. 새터민 출신의 1인 기업가인 한 참가자는 양성소가 “재미있는 친구이자 파트너로 큰 의지가 된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잔’에서는 벤처 사업가의 비전, 대학생의 전공 고민, 교육학도의 소회 등이 출신지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유롭게 오갔다. 테이블을 넘나들며 참가자들을 소개하는 박민규 매니저의 구수한 입담에 힘입어, 또라이 양성소에서 남북청년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 조웅 소장(왼쪽)과 김채윤 매니저.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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