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화 이끄는 '또라이'들, 최게바라
사회 변화 이끄는 '또라이'들, 최게바라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5.05.03 14:59
  • 호수 15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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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라이양성소 내부의 '꿈꾸는 청년들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면 환자지!’ 청년은 어쨌거나 아프고 힘든 세대인 것일까. 지금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젊은 ‘또라이’라며 ‘또라이 10만 양병’을 주장하는 최윤현 대표에게는 아니다. 그에게 청춘은 아프거나 경쟁에 내몰린 수동적 세대가 아니라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강하고 유쾌한 세대다. 청년, 청춘 문화에 기반한 문화 행사 전문 사회적 기업 ‘최게바라 기획사’는 바로 이 전제에서 출발한다.
기획사 내 분위기 메이커와 여성복지, 노조위원장을 겸하고 있다는 허경 씨는 “또라이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그것을 관철해 나가는 청년”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또라이’는 변화의 선두에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최게바라 기획사는 문화기획을 통해 지친 청년들에게 청년이 강하다는 것을 다시 알려주고 결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 하는데, 그때 청년들을 일깨우는 역할을 맡는 사람이 바로 ‘또라이’인 셈이다.
최게바라 기획사는 청년들이 문화기획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가령 한 사회문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할 때, 일반적인 토론이나 표결이 극심한 의견 충돌에 막히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 기획사는 문화예술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허경 씨는 “문화와 예술 안에 녹아든 메시지는 때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한 번쯤 귀 기울여 듣고 다시 생각해 보게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더 재미있고, 더 감동적인 기획에 메시지를 녹여내 세상에 더 많이 뿌리는 것. 그것이 최게바라 기획사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철학 안에서, 문화 기획자는 단순히 즐길 거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 변혁에 나서는 실천가다. 최게바라 기획사는 이미 사회 문제에 접근해 공감을 나누고 대안을 모색하는 여러 문화 기획을 선보였다. △5.18 광주 민주묘역, 밀양을 방문한 ‘불꽃 원정대’ △남북 청년 간의 공감대를 열어 통일 논의의 빈틈을 채우는 ‘남북청년’ 기획들 △부부와 하객들 간 토크쇼로 진행돼 결혼문화의 허례허식에 대안이 될 ‘참웨딩’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3.1절 콘서트 ‘소녀에게 드리는 노래’ 등이 그 실천의 예다.
특히 지난해 광주의 역사 현장을 찾은 ‘불꽃원정대’는 기획사 내부적으로도 의의가 크다. 매번 창의적인 기획을 선보이는 문화 기획사로서 최게바라 기획사는 분명 트렌드의 첨단에 서 있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려고만 하는 것은 아니다. 허경 씨는 “트렌드는 역사와 시대에서 나오는 것”이라 말한다. 아픔에 공감하고 그 시대 청년들의 모습을 살필 때, 다른 어떤 곳에도 없는 고유의 메시지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채로운 기획을 만드는 사람들 역시 다채로운 면모를 갖고 있다. 현재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는 10명의 멤버들 누구도 공채나 시험으로 뽑히지 않았다. 하나하나 기획사를 만나고 스카웃되기까지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직원들의 명함은 서로 다른 색깔로 개성 강한 식구들을 상징한다. 직원들은 각자의 업무를 맡아 바쁘게 각개전투를 하면서도 매주 있는 전체회의에는 하루의 절반을 투자해 서로의 진행상황을 확인하며 어떻게 서로를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한다. 허경 씨는 이것이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끈끈해지는 가족의 정”이라 말한다.
홈페이지에 공개한 계약서에는 △기획사는 지속가능하게 놀기 위해 만든 회사다 △기획사의 활동은 사회에 대한 우리 신념의 실천이다 △매년 1월 1일, 태국 빠이로 7일간 워크샵을 떠난다 △금요일에는 5시 반에 퇴근해서 불금을 준비한다 △이렇게 해도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 괜한 걱정말라 등이 진지하게 이어진다. 사실 살인적인 스케쥴 속에서 계약서 내용이 그대로 지켜지지 못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경 씨는 “이미 완성된 체제를 누리는 것보다 우리가 만들고 쟁취해 나간다는 점이 값지다”며 오히려 의욕을 보였다.
인터뷰 말미에서 허경 씨는 최게바라 기획사에 대해 “정말 멋진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며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 믿음과 연대는 회사 밖으로도 뻗어나간다. 그는 여러 행사를 거치며 만난 많은 ‘또라이’ 동지들에게도 강한 유대감을 보였다. 이 동지들은 기획사에 또 하나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를 위해 최게바라 기획사는 매달 서너 차례씩 소통 목적의 크고 작은 행사를 개최한다. 기획사 스스로의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강력한 공동체 없이 파편화된 지금의 청년 세대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를 뒷받침할 공간으로서 신촌에 복합문화공간 ‘또라이 양성소’도 개관했다.
▲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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