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4월 30일은 군대에서 전역한 후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테지만 그 1년은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하루하루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군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시간이었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것은 본인이 지각할 수도 없는 사이에 많은 일들이 지나갔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많은 일들에 정신에너지를 쏟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만큼 바쁘게 사는 건 모든 현대인의 일상이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문득문득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은 ’하루하루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집이 지방인 관계로 나는 어쩔 수 없이 부모님과 떨어져서 지내고 있다. 정말 인상적인 것은 부모님과 떨어져서 지낸 이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그런 날이 없었던 것 같다는 사실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런 날을 가질 수가 없었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일이라고 한계가 없을 것만 같은 위장은 배고픔을 호소하고 가만히 누워서 잠만 자기에는 마치 사막의 한복판인 듯 굴러다니는 먼지가 자꾸 눈에 밟힌다. 정말 편안하고 쾌적하게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완수한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리고 어버이날을 맞아 오랜만에 집에 내려왔을 때 나는 이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부모님과 함께 밤을 보내는 오늘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그건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배가 고플 만하면 밥 먹으라고 부르시는 어머니의 목소리와 게임하다 출출하다 하면 방문을 열고 과일을 놓고 가시는 어머니. 생활비가 떨어져 가는데 어떻게 충당하나 고민하고 있으면 내 얼굴만 보고도 아셨는지 용돈 필요하냐고 물으시는 아버지. 이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세상에 모든 나의 고민을 부모님은 같이 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것이 일상적이든 아니든. 현대 청년들에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게으름이고 죄악이다. 너도나도 스펙을 쌓고 취업을 준비하고 고시를 준비하는 이 와중에 가만히 멈춰서 있다는 게 가당키나 한 요즘인가? 하지만 여유 없는 삶은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팽팽히 당겨진 실은 쉽게 끊어진다. 현실은 이렇게 우리를 압박한다. 그리고 내가 그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나이가 몇 살이든 결국 부모님 품속이었다. 실로 오랜 기간 부모님은 자식들이 현실에서 도망쳐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셨으며 앞으로도 그건 변함없을 것이다. 당신들의 인생에 대한 고민보다 자식들에 대한 고민을 항상 먼저 하신 부모님. 그 분들이 있기에 나는 이 감사 편지를 쓸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음을 느낀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from. 허일영(사학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