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도희 기자 (nico79@skkuw.com)

 

“아, 촬영도 해요? 지금 상태 메롱인데…” 권순호 디자이너를 만난 곳은 김포였다. 나는 마감에 시달리는 그를 다음 주까지 기사가 나야한다며 졸랐고, 그는 마지못해 인터뷰를 허락했다. 김포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카페, 식당, 아파트 하나 보이지 않는 역에서 당황하며 있으니 차 한 대가 왔다. “집으로 가시죠.” 그는 카페에서는 촬영을 하기 좀 그렇다며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의외였다. 방금 전까지도 엄마한테 보내던 그 이모티콘을 만든 사람의 집이면, 바닥부터 천장까지 캐릭터로 도배돼 있고, ‘네오’가 그려진 커튼이라던가, ‘시니컬토끼’가 새겨진 컵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집은 무난했고, 주인은 시크했다. “귀엽고, 예쁘고 뭐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슬리퍼를 건넸다. 빨간색 한 짝, 파란색 한 짝, 짝짝이였다. 그나마 그가 작업하는 방 한 쪽 면에는 ‘카카오프렌즈’ 쿠션이나 권 디자이너가 그린 싸이 6집 앨범이 전시돼 있었다. 그것도 가끔씩 있는 촬영을 위해 구비한 것이라고 했다. 촬영이 빨리 끝나면 자기도 좋고, 찍는 사람들도 좋으니까. “이게 비싸더라구요. 한 이십 만원 썼어요.”
그에게 캐릭터는 그저 귀여운 존재가 아니었다. 군대 갈 때까지만 해도 진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없다가, 고등학교 때 디자인을 전공했던 경험으로 시작한 캐릭터 디자인이었다. 간단한 선으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별 문제 없이 사는 귀엽고 순진한 애들, 그에겐 그런 게 캐릭터가 아니다. 못생겨도 개성이 있는 것, 그래서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것, 그게 캐릭터의 역할이었다. 사람들이 직접 자기를 닮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앱 ‘모두의 얼굴’은 그렇게 탄생한 걸지도 모른다. 오묘하게 웃기면서 나를 닮은 캐릭터. 내 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내가 변하지 않는 이상 쭉 내 캐릭터인거다.
인터뷰가 끝나고,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산 카카오프렌즈의 ‘튜브’ 얼굴 모양 초콜릿을 그에게 선물했다. “아, 이런 것도 팔아요?” 그는 초콜릿을 받자마자 깨물어 먹었다. 사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은 회사가 갖고 있어서 캐릭터가 아무리 초콜릿이나 케이크로 만들어져도 그에게 오는 수익은 없다. “슬프다면 슬픈 일이고, 다르게 생각하면 아닌 거죠, 뭐.” 인터뷰가 끝난 뒤 그는 다시 마감 작업에 들어갔다. 나는 엄마에게 ‘카톡’을 했다. “인터뷰 무사히 끝냄! (이모티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