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의 도시에서 혼자를 느끼다
낯익은 타인의 도시에서 혼자를 느끼다
  • 정혜윤 기자
  • 승인 2015.05.10 14:30
  • 호수 15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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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촌에 위치한 1인 식당 이찌멘. 독서실처럼 칸막이로 구분된 공간이 인상적이다. /ⓒ정현웅 기자 dnddl2004@skkuw.xom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씨스타 ‘나혼자’ 中)
혼자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것은 더 이상 우울한 일이 아닌 일상이 됐다. 오늘날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나홀로 라운징’이라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나홀로 라운징’은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홀로 여가나 취미활동을 즐기는 활동을 일컫는다. 혼자서 괜찮은 밥이 먹고 싶지만 식당 한 자리를 다 차지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에 쭈뼛쭈뼛 문을 열곤 했던 이들을 위해 식당, 카페, 노래방 그리고 미용실까지 1인 고객을 위한 여러 서비스 시설이 마련되고 있다. 기자가 직접 ‘나홀로 라운징’ 체험을 위해 신촌에 위치한 1인 식당 ‘이찌멘’과 홍대 1인 노래방을 찾았다.
 
우르르 무리지어 다니는 대학생들과 두 손을 꼭 붙잡고 거리를 거니는 커플로 왁자지껄한 신촌. 때로는 이런 번잡함을 피해 혼자만의 공간 속에서 사색에 잠기고 싶을 때가 있다. 1인 식당 신촌 ‘이찌멘’은 그런 이들을 위한 곳이다. 문을 열자 ‘몇 명이서 오셨어요?’라고 묻는 종업원의 목소리 대신 주문 기계 한 대가 기자를 맞이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취향에 맞는 음식을 선택한 뒤 결제를 마치니 식권 한장이 출력됐다. 공석 표지판에 뜬 빈자리를 찾아 앉자 자리마다 꽂혀진 칸막이와 언제든 물을 마실 수 있는 수도꼭지가 나만의 공간이라는 안락함을 선사했다. 말소리 없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원하는 입맛에 맞게 매운맛과 순한맛, 김치와 단무지, 밥 또는 유부초밥의 선택지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다. 신중하게 고른 맛 선택표와 식권을 직원에게 제출하자 곧 뜨거운 김이 나는 라멘과 함께 빨간 휘장이 쳐졌다. 비로소 완벽히 혼자만의 공간에서 음식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음식에 열중하지 않고는 다른 할 일이 없는 이곳. 바쁜 업무에 지쳐있는 직장인이나 공강 또는 식사 시간에 찾아오는 20대 대학생이 주 고객이다. 이찌멘 매니저 이현승씨는 “2008년에 개업했는데 싱글족이 많아지면서 매출 또한 4배 가까이 늘었다”며 “하루에 200에서 많으면 300명 정도 이곳을 찾는다”고 전했다.
배불리 음식을 먹었으니 소화를 시킬만한 재밌는 일이 필요할 터. 지루하고 반복된 일상에 지친 스트레스를 풀어볼겸 가까운 거리에 있는 1인 노래방을 찾았다. 문을 열면 자유롭게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셀프 바, 부른 노래를 녹음한 뒤 전송할 수 있는 PC, 연이어 붙어있는 5평 내지의 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산을 하는 와중에도 노래에 심취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정된 방에 들어서니 헤드셋과 스탠딩 마이크, 녹음기계와 안락한 의자까지. 마치 노래방이 아닌 인디가수의 작업실을 연상케했다. 음이탈이 나지 않을까, 마이크를 뺏기는 건 아닐까, 내 노래를 들어주기는 할까. 그간의 걱정 따위는 잊어도 좋다. 1인 노래방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이지은씨는 “여럿이 갈 때에는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끄러워 부르지 못할 때도 있는데 혼자 편하게 모든 노래를 부를 수 있어 좋다”며 “헤드셋에 들리는 내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 좋고 녹음도 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전했다. 헤드셋에 울려퍼지는 선명한 목소리는 그간 들여다보지 않았던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한정식, 샤브샤브, 고기 등 다양한 메뉴의 1인 식당부터 1인 카페, 미용사와 단둘이 대면하는 예약제 1인 미용실, 그리고 혼자만의 자유로운 여행을 위한 1인 여행상품까지. 혼자가 외로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혼자이기에 편히 즐길 수 있는 일들도 많다. 타인의 기분에 얽매이고 눈치 보기 바빠 내 자신의 목소리에 소흘했던 요즘. 오늘 하루 내면의 공간에서 스스로를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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