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중 누구라도 언젠가 혼자 살게 될 수 있으니,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활발한 사교활동을 즐기게 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힘을 합쳐야만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것.” (에릭 클라이넨버그 「고잉 솔로」 中)

 
▲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1인 즉석 음식. /ⓒ네이버 캐스트

 

 

최근 △개인주의 선호 △고령화 △이혼 증가 △초혼 연령 증가 △혼인 감소 등으로 인해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소비 주체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3년 발표된 삼성경제연구소의 인구와 가계 통계로 본 1인 가구의 특징과 시사점 연구보고서에서는 전체 가계소비지출 중 1인 가구의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6.7%에서 2012년 9.2%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선택적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2인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하락세를 지속하는 반면, △수도비 △식료품비 △주거비 등 필수적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1인 가구의 경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그의 저서 고잉 솔로에서 이러한 트렌드를 가리켜 ‘솔로 이코노미’라고 정의한다. 국내 내수 시장 역시 1인 가구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지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에도 바야흐로 솔로 이코노미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1인 가구’는 다양한 형태를 포괄한다. 미혼의 싱글 남녀와 독거노인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며, 자발적으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비혼 가구, 이혼 독신가구도 이에 포함된다. 솔로 이코노미 성장과 금융 산업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서정주 연구위원은 “솔로 이코노미라는 신조어는 초기에는 ‘혼자 사는 20~30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했으나 요즘에는 ‘1인 가구’ 전체로 확장시켜 정의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 코인 빨래방 /ⓒ한국경제신문
솔로 이코노미의 특성은 ‘4S’로 요약할 수 있다. 더 작고(small), 똑똑한(smart) 제품에 대한 선호, 개인(selfish)을 위한 소비행위의 강화, 그리고 1인 가구를 위한 신유형의 서비스(service)가 바로 그것이다. 서 연구위원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트렌드와 함께 소포장, 소용량 식품을 선호하면서 반조리 식품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고 전했다. 솔로 이코노미는 식품뿐 아니라 주택시장에서도 중심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작은 평수의 소형 주택이 늘어나며, 30평대 이상 주택의 경우도 출입문을 두 개 내어 거실을 공유하면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더불어 ‘셰어하우스’는 1인 가구의 거주 공간 해결과 동시에 심리적인 안정과 치안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대문구에서는 주거비 부담을 느끼는 관내 소재 대학생과 여유 주거공간을 가진 독거노인을 연결하는 홈셰어링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입주 대학생들은 보증금 없이 월 임대료 25만 원 미만 선에서 거주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됐고, 노인들은 이들로부터 간단한 가사, 전자기기 사용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젊은 세대가 합리적인 소비 패턴을 선호하면서 생활용품을 ‘구매’하던 시대는 ‘임대’해 사용하는 시대로 변모해가고 있다. 바쁜 싱글족의 빨래를 대신하기 위한 세탁편의점과 코인빨래방, 국내외 할 것 없이 지속해서 성장세를 보이는 반려동물 시장도 솔로 이코노미의 한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대부분의 기업이 ‘고소득의 20, 30대 싱글족’에 치중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면서 고령 1인 가구와 빈곤 1인 가구가 상당 부분 소외되고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1인 미용실의 경우 상당한 가격을 호가하며, 1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상점 대다수가 △강남 △신촌 △홍대 등 서울 일부 지역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전체 1인 가구 중 41.1%가 빈곤가구”라며 “이들을 위해 기업의 사회 공헌 차원의 마케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전 △서비스 △식품 △주택 등 관련 산업의 변화 속도에 비해 정부 정책과 금융권의 제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중이 계속해서 늘어나 2035년에는 34.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혼 △비혼 △이혼 △고령 등 여러 군의 ‘싱글족’이 모두 소외되지 않기 위해 1인 가구의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선택적 소비지출=가계의 총소비지출에서 기초적 소비지출을 제외한 지출로 취미나 교양 오락 등에 대한 소비지출 및 내구소비재 등에 대한 소비지출.
◆평균소비성향=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얼마만큼을 소비지출 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