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디자이너 호조 인터뷰

기자명 강도희 기자 (nico79@skkuw.com)

 

▲ 캐릭터 디자이너 호조 씨. /ⓒ임효진 기자 ihj1217@skkuw.com

대한민국을 이토록 깜찍하게 만든 고양이 ‘네오’와 강아지 ‘프로도’는 누구의 손에서 탄생한 걸까. 카카오톡의 대표 이모티콘 ‘카카오프렌즈’를 만든 호조(본명 권순호) 씨는 캐릭터 디자이너다. 게임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처음 시작한 호조 씨는 2002년도부터 웹툰 ‘호조툰’을 연재했고, 나만의 캐리커처를 만들 수 있는 앱 ‘모두의 얼굴’도 만들었다. 지난 8일, 개화동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카카오프렌즈는 어떻게 탄생한 건가.
취미로 그린 건 아니고, 카카오톡 측으로부터 대표 캐릭터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를 받았다. 모든 연령층을 다 포괄할 수 있는 캐릭터를 그려달라는 다소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원래는 세 개 정도 생각했는데 각각 연령층을 맞추려다보니 일곱 개나 그렸다. 복숭아 ‘어피치’는 어린 아이들을, 두더지 ‘제이지’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각자 취향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제일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카카오프렌즈 중에서는 원래 ‘네오’였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리기 쉬운 ‘콘’이 좋다. 콘이 아기 악어냐고? 아니다. 작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웃음) 카카오프렌즈 외의 캐릭터 중에서는 ‘시니컬토끼’가 제일 좋다. 처음 만든 캐릭터였고, 캐릭터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들게 해서 애착이 더 간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캐릭터를 그릴 때 자신을 조금씩 반영하는데 시니컬토끼는 나랑 닮았다. 캐릭터는 단지 그림만 예쁘다고 좋은 게 아니라, 이렇게 캐릭터만의 속성이 잘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모티콘을 그릴 때 무엇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나.
‘내가 이걸로 뭘 얘기할 것인가’다. 이모티콘을 그리는 건 정답을 찾는 일과 같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는 캐릭터의 수많은 표정과 동작 중 박자가 맞는 딱 하나의 조합에서 탄생한다. 그려놓고 별로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단은 그린다. 아무리 귀엽고 예뻐도 공감할 수 없으면 계속 다시 그리는 거다.
 
문구류, 액세서리, 케이크, 통장 등 다양한 상품에 카카오프렌즈가 활용되고 있다. 이런 인기를 예상했나. 기분이 어떤가.
‘전국 혹은 전 세계 사람들이 내 캐릭터를 아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옛날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냥 소망이었지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을 줄은 몰랐다. 사실 모든 디자인 작업은 많은 사람에게 어필하려고 이뤄진다. 그런 점에서 내가 그린 캐릭터가 이렇게 사랑받는 건 정말 가슴 뛰는 일이다. 카카오프렌즈로 진행되는 큰 행사를 볼 때보다도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핸드폰에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걸 볼 때, 특히 그렇다.
 
이모티콘이 왜 이렇게 인기를 얻는 걸까.
일단은 스마트폰이나 SNS를 많이 쓰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SNS로 대화하는데 그냥 “응”이라고 말하면 성의 없게 보이지만 이모티콘 하나 붙여주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렇게 SNS 대화에는 애매한 상황이 많은데 이모티콘이 이런 애매함을 메꿔주는 역할을 한다. 또 표현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단순히 “화가 나”라고 말하기보다는 책상을 엎는 오리 ‘튜브’ 이모티콘을 쓸 때 더 내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
 
본인도 이모티콘을 쓰나.
물론이다. 나도 애매한 상황이 많다.
 
본인이 만든 이모티콘 말고 다른 이모티콘 상품도 구매해본 적 있는가. AOA 같은 아이돌이 춤을 추는 이모티콘도 인기가 많다.
이모티콘은 내가 만든 캐릭터만 쓴다. 그러다 ‘아, 하나 있었으면 좋겠구만’하고 느낄 때, 새 이모티콘을 만든다. AOA는 좋아한다. (웃음)
 
이모티콘 캐릭터의 미래는 어떨까.
이모티콘 시장이 언제 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전에 싸이월드에서 스킨을 제작한 적이 있었다. 초반엔 브랜드샵이 포화상태일 정도로 잘됐지만,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는다. 세상은 급변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다. 요즘 이모티콘 시장이 뜬다고 디자이너 지망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그런데 수익만을 생각하고 뛰어들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걸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까’라는 자세를 갖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