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으로 하는 말, 이모티콘
엄지손가락으로 하는 말, 이모티콘
  • 이성경 기자
  • 승인 2015.05.10 15:31
  • 호수 15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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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기보단 카톡 하기 바쁜 요즘, 나의 옷보다도 또 너의 말보다도 우리를 더 잘 표현하는 것이 있다. 21세기의 감성을 담은 언어, 이모티콘이다. (부끄)를 입력하면 발그레한 복숭아가, (하트뿅)을 치면 사랑에 빠진 강아지가 말을 한다. ‘사랑해’라는 말보다 (하트)를 보내는 지금은 이모티콘 시대다.
 
이모티콘, 누구냐 넌
이모티콘의 처음을 기억하는가. ‘ㅇㅅㅇ’부터 ‘;;’까지, 그 시절 이모티콘은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런 인기도 잠시, 이모티콘은 인터넷 게시물에서 ‘가장 싫은 남·여 말투 TOP3’ 안에 꼭 등장하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2011년 10월 ‘라인’이 처음으로 이모티콘 스티커를 시장에 선보였고 ‘카카오톡’도 같은 해 12월 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누가 돈을 내고 스티커를 구매할까 싶었지만, 무료 스티커를 쓰면서 그 편리함에 매료된 사용자들은 새로운 유료 스티커를 찾기 시작했다. 이어 애교를 부리거나 투정을 하는 일명 ‘움짤’ 형태의 움직이는 이모티콘도 나와 유료 이모티콘 시장을 크게 키웠다. ‘라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제휴사나 직업 작가의 스티커만 판매하던 것을 넘어 개인이 스티커를 만들어 팔 수 있는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을 오픈한 것이다.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은 열린 지 6개월 만에 36억 엔(약 한화 33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고 2014년 기준 145개 국가에서 27만 명이 ‘라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모티콘의 소재 또한 다양해졌다. 초창기엔 몇몇 제휴사나 SNS 회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스티커들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만화, 웹툰, 아이돌, 인기 개그맨의 유행어 등 소위 ‘핫’ 하다는 모든 소재는 바로 스티커로 등장한다. 바야흐로 이모티콘의 전성기다.
 
이모티콘, 휴대폰 밖으로 나가다
2014년 4월,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에 ‘카카오프렌즈’가 떴다. ㈜다음카카오에서 현대백화점과 협력해 캐릭터 피규어, 핫팩, 인형 등을 판매하는 카카오톡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다음카카오는 다양한 캐릭터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 7월 부산 롯데백화점에 연 팝업스토어는 4일 만에 2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같은 달 삼립식품과 선보인 ‘샤니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빵은 판매 6개월 만에 150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카카오톡만이 아니다. 13년 4월, 일본에선 라인의 스티커 캐릭터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라인타운’이 만들어졌고, 14년 2월에는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게임 ‘라인 레인저스’도 출시됐다. 이중 ‘라인 레인저스’는 서비스 6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2000만 건을 돌파하며 이모티콘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모티콘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캐릭터별로 팬들도 생겼다. 팬들은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샤니 빵을 사고, ‘어피치’가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파우치에 새로운 립스틱을 추가한다. 이모티콘이 모바일 메신저의 경계를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이모티콘 ‘캐릭터 앓이’. 이모티콘의 바깥나들이는 이제 시작이다.
 
이모티콘, 그것이 알고 싶다
왜 사람들은 단순한 그림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모티콘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이신혜(건축 14) 학우는 “대화를 이어나가는 짧은 시간 내에 말보다 더 효과적으로 감정을 바로바로 드러내기 좋아서”라고 이유를 밝혔고, 강동호(신소재 14) 학우는 “유쾌한 뉘앙스를 전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이영미 박사는 그녀의 논문*에서 텍스트 안에 담긴 의미는 지적으로 명백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제한돼있다고 말한다. 이모티콘은 텍스트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비언어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상황이 빠르게 변하거나 우리의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 이모티콘이 텍스트보다 더 훌륭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학교 신문방송학과 권상희 교수는 “실제 목소리가 아니라 시각적인 음성 언어 방식으로 전달하려는 의도가 이모티콘의 인기에 보탬이 됐다”고 전했다. 구구절절 말하기보다는 ‘쿨’ 하게 이모티콘으로 대화하는 오늘날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중요한 우리에게 이모티콘은 어쩌면 최상의 보조언어일지 모른다.
 
◆<SNS 모바일 메신저 이모티콘의 비주얼 크리에이티비티 및 커뮤니케이션 연구> (이영미, 2013)
◆팝업스토어 : 짧은 기간 동안만 운영하기 때문에 '떴다 사라진다(pop-up).'는 의미의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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