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기술원 3D연구센터소장 이동길 박사 인터뷰

기자명 이다빈 기자 (dabin@skkuw.com)

 

▲ 이동길 박사가 스마트 글라스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강신강 기자 skproject@skkuw.com

투명 디스플레이는 말 그대로 ‘투명’하다. 디스플레이 너머로 현실의 모습이 배경으로 보이는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 등 각종 SF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공중에 가상 모니터를 펼쳐 외부의 정보를 얻고, 수트를 조종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이것의 비밀이 바로 투명 디스플레이다. 이를 이용해 한국광기술원의 3D연구센터는 ‘증강현실 구현 투과형 차세대 웨어러블 스마트 글라스(이하 스마트 글라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에 광주의 한국광기술원을 방문해 본 연구를 주도한 3D연구센터소장 이동길 박사를 만나봤다.
 
한국광기술원 3D연구센터에서 개발한 ‘스마트 글라스’란 무엇인가.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똑똑한 안경’이다. 증강현실이란, 현실의 모습에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보내주는 사물의 정보를 3차원적으로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기존의 글라스는 모두 ‘차폐형’으로, 가상화면만 보여주고 착용자가 현실 세계는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개발한 스마트 글라스는 양안식 ‘투과형’으로 현실과 가상의 화면을 280x768 화소의 HD급 영상으로 동시에 볼 수 있다.
 
기존의 렌즈와 어떠한 차별점이 있는가.
유리렌즈가 아닌 플라스틱 렌즈로 구현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를 통해 15g의 초경량화가 실현됐다. 또한 일일이 연마가공을 해야 하는 유리렌즈와는 달리, 플라스틱 렌즈는 복제를 통해 가능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시간도 절약되고 인건비와 생산비를 줄일 수 있어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 보는 디스플레이의 시야, 즉 시야각이 40도이다. 이는 3m 거리에서 86인치 텔레비전을 올려다보는 것과 같으며 그 어떠한 제품보다도 큰 것이다. 그 외에도 안드로이드 4.0을 탑재해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이 가능하며,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스마트 글라스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는가.
무궁무진하다. 특히, 복잡하고 정밀한 작업이 필요한 정비산업과 의료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아주 복잡한 기계를 정비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개발한 스마트 글라스에 카메라 모듈을 올려 카메라를 통해 기계의 개체를 바라보는 순간, 자동으로 그 개체를 인식해 정비 매뉴얼이 뜨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금 착용자가 바라보고 있는 개체는 너트 1번이다. 너트 1번을 빼내고 그 옆에 있는 너트 2번을 끼워 넣으시오’라며 스마트 글라스가 정비의 순서를 알려주는 것이다. 의사가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응용될 수 있다. 현재는 환자를 수술하는 손과 모니터를 보는 눈이 따로 논다.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서는 의사가 환자의 장기 위치와 맥박 및 상태를 동시에 보면서 수술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미래로 넘어가는 문턱 앞에 서 있다.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는 갖춰져 있는 상황이다. 앞서 말했듯이 개체 인식이나 위치 구별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이 숙제로 남아있다. 또한, 렌즈를 좀 더 얇게 만들고 화각을 넓혀야 한다. 시야각은 최소 45도, 최대 50도까지 넓히기 위해 연구 중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3D연구센터장을 맡은 만큼, 3D연구센터가 한국광기술원 내에서 가장 뛰어난 센터로 거듭나는 데 공헌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의 스마트 글라스는 약 7년 전 모 기업 대표의 반신반의한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과연 증강현실이 광학기술로 구현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우리 연구팀이 “해봅시다”라며 연구에 뛰어들었다. 몇 년간 가시밭길을 걸었다. 광학적 설계부터 플라스틱 렌즈의 제작까지 모든 것이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연구 과정에서의 고난보다도 더 힘든 것은 주변 사람들의 불신이었다. “플라스틱 렌즈로 증강현실 구현이 가능하겠어? 저건 원래 안 되는 거야”라며 우리의 연구를 신뢰하지 않았다. 연구과제 신청도 수차례 거절당했다. 주변에서 그러자 우리 연구팀은 더욱 오기가 생겼다.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도 신념을 지니고 다시 도전하는 칠전팔기의 정신이 오늘날의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들도 칠전팔기의 정신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