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봉사 사이, 농활이 걸어온 길 걸어갈 길
연대와 봉사 사이, 농활이 걸어온 길 걸어갈 길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5.05.17 19:40
  • 호수 15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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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마다 대학가를 찾아오는 ‘농활’은 무엇의 준말일까? 농활의 유래는 일제 강점기 농촌계몽운동으로부터 찾을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1961년부터 시작된 향토개척단 운동이다. 당시의 농활은 ‘농촌봉사활동’으로 불렸고, 실제로도 봉사·계몽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후 유신체제를 거치며 농활을 통해 농촌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의식화를 추구하게 되면서 ‘봉사’라는 단어가 빠지게 됐다. 민주화 운동에 동참, 흡수된 80년대 이래 전성기를 맞으며 ‘농민학생연대활동’의 준말로 쓰였다. 그러나 90년대를 넘기며 본격화된 대학사회의 탈정치화 경향 속에서 연대로서의 농활의 의미는 희미해져 갔다. 연대의식은 다시 단순한 봉사 정신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학생회는 사회적 저항보다는 학생회 조직 내의 친목 도모나 농촌 체험을 위해 농활을 실시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연대와 봉사, 어떤 의미에서든 농활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일부 대학에서는 농활을 옛 운동권의 유물로 취급해 갈등을 빚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교 측에서 학생회의 기존 농활이 순수성을 잃었다고 판단해 2006년 이후 학교 측이 일괄적으로 농활을 주최해 왔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취업 경쟁 속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농활을 기피하는 풍조도 생겨났다. 농촌에서는 도시 출신의 학생들이 농번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여기기도 했고, 농촌 사회를 존중하지 않은 일부 학생들의 몰지각한 행동이나 음주로 인한 갈등도 농촌과 대학가 사이에 거리를 만들었다. 이 시기 농활의 정치적 연대의식은 크게 퇴색했고, 학생회 조직이 농활을 통해 강화하던 학생 자치 능력도 크게 약화했다.
농촌사회가 FTA 반대 운동에 돌입했을 때 잠시 연대로서의 농활이 되돌아오기는 했으나, 그 양상은 달라졌다. 90년대 이전에는 대학생들이 농민들에게 주요 사회적 의제들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면, FTA 반대 운동 당시에는 거꾸로 농민회가 현지에서 대학생들에게 문제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중 최근들어 경험, 스펙으로서 봉사활동이 강조되고, ‘1박 2일’ 등의 여행 프로그램이 농촌 지역을 조명하면서 학생들은 색다른 봉사활동으로 농활을 찾게 됐다. 지난해 우리 학교 학생처에서 운영한 농활에는 1,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 계획보다 인원을 증원한 620여 명을 모집했다. 이는 400여 명을 모집했던 그 전해보다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학교 차원에서의 농활이 처음 시작된 2006년 이래 최대치다. 여름방학 동안 32~44시간의 봉사시간을 받고, 인성품 취득에도 인정된다는 점이 인기 요인 중 하나다. 62시간의 봉사시간에 추가로 1학점을 인정하는 국민대 등에서도 농활의 인기가 높다. 반면 농활과 등록금 시위를 무리하게 연결하려 한 한국대학생연합 여름 농활의 경우, 2012년 참여하는 총학생회의 수가 그 전해에 비해 30%가량 줄어들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농활을 진행하려는 학생회들의 탈퇴가 잇따르면서 생긴 사태였다.
농활의 형식 역시 바뀌었다. 최근의 농활 현장에서는 재능기부와 전공연계형 활동 혹은 문화 봉사활동, 이른바 ‘문활’이 대두했고, 정치 의제보다는 마을 공동체 활성화와 같은 친근한 주제가 인기를 끈다.
한편, 다른 방식으로 연대의식을 계승하는 단체들이 있다. 환경·탈핵·평화 단체들을 중심으로, 특정 테마와 그때그때의 이슈에 따라 모이는 농활단들이 등장했다. 이들의 구성에는 소규모 학회나 대학 사회 바깥의 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과거의 농활이 각 대학 총학생회들의 연합에 기반을 뒀던 것을 고려할 때 확연한 변화다. 조력발전소가 지어질 강화도, 송전탑이 올라서는 밀양,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된 영덕 등이 방문지다. 이들은 이슈의 현장이 돼 혼잡해진 농촌을 방문해 모자란 일손을 돕고 행동을 같이한다. 아직 소수의 움직임인 이들의 활동이 농활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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