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택수 기자 (ltsu11@ naver.com)

 

▲ 제1공연장 관람석 천장에 매달린 우산 오브제. 우산이 하늘을 수놓은 것 같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현웅.신재종.장혜수 기자 webmaster@skkuw.com

다이나믹 듀오와 자이언티로 성균인이 하나 됐던 지난 금요일. 축제의 열기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주말에 신촌 연세로 아스팔트 위에는 시민들과 학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신촌대학문화축제’다. 올해 행사의 주제인 ‘아스팔트 스튜디오’는 차와 어두운 매연으로 가득했던 회색빛 아스팔트를 청년 예술가의 공연과 작품으로 가득 채운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자는 지난 16일 청년 예술가들과 대학생 동아리, 시민들의 참여로 꾸며진 신촌 연세로를 찾았다.
 
<오후 01:00>
연대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독수리약국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제 1공연장이 보인다. 어렴풋이 보이는 실루엣 사이로 흐르는 부드러운 재즈 음악. 관람석 하늘에 전시된 우산 오브제는 5월의 뜨거운 햇살을 가리고 그 틈새를 잔잔한 바람과 음악이 채운다.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도 아이와 함께 놀러 나온 40대 주부도 모두 눈을 감고 음악에 흠뻑 취해있다. 유럽 광장의 한복판이 이럴까. 열광적이지는 않지만, 너무나 평화롭다.
공연장 뒤편에는 각종 대학생 동아리 부스가 펼쳐져 있는 ‘아스팔트 캠퍼스’가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문화기획 동아리 ‘이루다’는 예쁜 봄꽃을 탄 시원한 아이스티를 제공하고 가톨릭 대학교 소모임 ‘라온 S’는 상큼한 봄이 느껴지는 입욕제의 향기로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그중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세계 여러 나라의 행운을 비는 방법을 소개하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한 문화기획 동아리 ‘Play With Culture’의 부스. 고사리 같은 손을 모아 정성스럽게 소원을 비는 아이들의 얼굴은 지켜보는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한다.
동아리 부스를 지나면 청출어람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아스팔트 라이트랩’이 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노란색 암막 컨테이너 안. 직접 어둠 속에 빛을 그려내면 나만의 예술성이 넘치는 작품이 등장한다. 하트, 별, 형이상학적인 도형들까지,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그려낸 빛의 궤적은 잡지 화보에서나 본 듯한 멋진 작품으로 남는다.
 
▲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하와이. 훌라춤을 추고 있는 댄서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정현웅.신재종.장혜수 기자 webmaster@skkuw.com
 
<오후 02:00>
신촌 현대백화점 쪽으로 걷다 보면 서울 한복판에서 하와이를 만난다. 경쾌한 우쿨렐레 소리와 환한 웃음을 짓고 훌라춤을 추는 댄서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열대의 휴양지를 연상시킨다. 처음 보는 광경에 신난 아이들은 자리에 멈춰서 훌라춤을 따라 해 본다. 사람들의 감탄사가 부끄러운 듯 살그머니 얼굴을 붉히는 훌라 댄서. 그녀가 추는 춤에 매료된 관람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서울에서 만난 하와이를 지나면 제2공연장이 보인다. 잔뜩 얼어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남성 보컬그룹 B#은 긴장했는지 연신 물을 마셔댄다. 음향장치도 이들을 도와주지 않는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갑자기 마이크가 끊기고 가사도 틀린다. 하지만 결코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는 않는다. 완성되지 않은, 정돈되지 않은 이런 공연이 오히려 청년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행사라는 풋풋한 느낌을 더한다. 관객들도 핸드폰을 꺼내 탄성을 내뱉으며 촬영하고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한다. 원래 버스킹을 좋아해 축제 공연스태프로 지원한 현지혜씨는 “청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이런 행사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 제2공연장, 남성 보컬그룹 B#이 열창을 하고 있다. /정현웅.신재종.장혜수 기자 webmaster@skkuw.com
<오후 04:00>
제2공연장을 지나면 청년 예술가들의 숨겨둔 작품과 재능을 만나볼 수 있는 ‘아스팔트 갤러리’가 보인다. 흰색의 벽에 가득 차 있는 다양한 그림과 글부터 부치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부채까지 길을 걸으면 온통 소장하고 싶은 것들뿐이다. 특히 즉석에서 전신 스케치를 해주는 부스는 기다리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직접 그린 그림을 전시해 놓은 이화여대 김수희 씨는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돼 신청했다”며 “작품을 전시할 장소가 없는 학생들에게 전시 장소를 제공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취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신촌 연세로는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떠나는 발걸음에 아쉬움이 가득 담겨 발을 떼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이번 신촌대학문화축제는 토요일 하루로 그 막을 내렸지만, 내년에도 축제는 우리를 기다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