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과거에는 환자가 말기 암이나 심한 장기기능부전증같이 치료가 어려운 경우 의사는 이를 환자에게 알려주어야 할지 고민을 했었다. 그대로 알려주면 환자가 실망하고 우울해져 치료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하고, 그대로 알려주어야 앞으로 투병생활을 설계하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으니 꼭 알려주어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가족 중에는 환자에게 절대로 알려주지 말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쩌다 환자가 알게 되었다고 의사나 병원 탓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환자는 가족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더 의연하고 죽음에 대해서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고 현재의 상황을 의외로 잘 받아들이기도 한다. 오히려 가족이 준비가 안 되어서 더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환자가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았다. 환자가 죽기도 전에 거짓으로 안심시키고 격리시키려 하는 것은 죽음의 슬픔을 앞당기고 환자를 더 외롭게 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요즘엔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질병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져서 의사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사실 그대로를 알려주는 추세이다. 환자는 진정으로 의사로부터 모든 상황을 정확하고 상세히 설명듣고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기를 원한다. 물론 실제로 환자에게 설명할 때, 연령, 성별, 성격, 가족관계, 경제력, 신앙 유무 등을 다 고려해야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환자에게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다만 설명할 시기나 방법, 어떠한 내용을 포함할지 등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고려와 의사의 경험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환자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던 일도 마무리하고, 가까운 친구도 만나보고 가족이나 친척과 작별할 준비도 해야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경험을 해 보지 않아서 ‘내가 어떻게 세상을 뜨게 될까’, ‘고통이 심하지는 않을까’, ‘중환자실을 옮겨 다니다 식물인간이 되는 것은 아닌가’, ‘가족에게 고통과 경제적 부담만 주지는 않을까’ 등과 같은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이러한 두려움을 함께 이해하고 고민하며 어떻게 하면 고통을 덜어 주고 편안하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마지막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처음 입원할 때, “내 심장이 멎으면 절대 소생술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형태의 안락사도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고 가까운 장래에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호스피스나 완화치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23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국회에 모여 ‘호스피스 완화치료 국민본부’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웰다잉을 해야 웰빙을 마무리하게 된다”며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매우 크니 이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아주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이니 법 개정이나 예산확보 등 어려운 문제가 많겠지만, 호스피스나 완화의료가 활성화되어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환자는 자신의 질병과 현재 상태에 대해 상세하고 정확히 알고 싶어 하고 일단 받아들이면, 다음으로 고통없이 편안하게, 그리고 인간으로서 품위와 존엄성을 가지고 마지막을 맞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은 의사만의 노력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고 말기 환자가 바라는 것을 진정으로 도와주려는 사회전반적인 합의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