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 큰 이슈가 되었던 무한도전의 식스맨 특집에서, “독이 든 성배” 라는 말이 언급됐다. 언뜻 보기에는 중요한 위치,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위치일지 모르지만 그만큼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용어다. 나는 이번 학기 한 동아리의 회장을 맡게 되며 이 구절의 의미를 몸소 체감하게 됐다. 어찌 보면 일개 동아리장이 그렇게 막중한 역할로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내게는 많은 후배들과 선배님들을 알아가고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 성배와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전 학기보다 높은 학년에서 새로운 수업 환경에 적응하고, 동시에 꿈을 쫓아 국가고시 공부를 준비하는 학생으로서, 학업과 동시에 자치 활동을 병행한다는 건 자칫 잘못하면 내게 큰 독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이는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번 학기에 얻게 된 가장 큰 고민은 어떠한 조직이든 그 집단의 대표는 모든 구성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모두를 위하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행한 행동도, 구성원의 일부에게는 최악의 결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최악의 결정을 한 책임의 무게 역시 크다. 선배님들과 후배들의 불만, 그리고 학기 중에 학업과의 병행을 견디지 못하고 동아리에서 나간 친한 친구들을 볼때마다 아쉽고, 나의 미숙한 결정이 후회스럽기도 했다. 동아리장이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법은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뿐이라 더욱 안타까울 뿐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결정에 잘 따라주고, 모르는 척 도와주는 많은 형·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에 1학기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 지난 3개월을 생각해보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30명 정도의 후배들을 한 학기동안 알아가고 엠티나 주점, 신입생 환영회 등의 큼직큼직한 행사들을 같이 하며 부족하더라도 앞에 서서 진행해 나갔던 기억은, 아무리 힘들었고 우여곡절이 많은 기억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듯이 앞으로의 삶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처음에는 독이 든 성배를 쥔 것만 같아 고민하고, 회피하고만 싶었던 이번 학기가, 끝나고 나서 되돌아보니 사실은 성수가 든 성배였음을, 요즘 느끼고 있다. 아직 많은 경험을 했다고 자부할 정도의 삶은 살지 못했지만, 앞으로 닥칠 더 많은 어려운 일에도 올해 한 학기의 좋은 경험을 통해 잘 이겨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기말고사 기간이 남았지만, 좋은 한 학기 추억을 함께 만들어준 모든 동아리 구성원들에게, 이제는 “고맙습니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 박남준(행정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