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솔 편집장 (eunsol_kim@skkuw.com)

“기자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기사를 써야 합니다.”
성대신문에 갓 입사한 수습기자들에게 기자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물어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다. 기자는 사실 그대로를 서술하고, 그것이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되며, 가치판단은 온전히 독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뜻이다. 언뜻 보기에 문제가 없는 말이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기자는 어디까지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하는가.
최근 서울여대 학보사가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를 앞두고 미관상의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현수막을 철거했고,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서울여대 졸업생 143인의 성명서를 싣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간 교수는 해당 성명서를 ‘졸업생 전체를 대표하는 여론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면화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서울여대 학보사가 선택한 것은 ‘백지발행’이었다. 서울여대 학보사는 ‘학보 1면 백지 발행에 대한 입장문’에서 “보도와 사설을 통해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나 논지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성명서를 게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그들의 행동은 과연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것이었을까. 말 그대로 객관성을 최우선으로 했다면 서울여대 학보사는 주간의 의견을 받아들여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성명서 게재를 포기하고 해당 면을 다른 기사로 대체해 정상 발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들이 ‘옳다’고 판단한 결과를 백지 발행으로 보여줬다.
짚고 넘어가자. ‘중립’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간적 입장을 지키는 것’이다. 또 ‘객관’의 사전적인 의미는 ‘자기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제3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함’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실 보도를 위해 기자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취재에 임해야 한다. 양쪽의 서로 다른 입장을 편견 없이 듣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취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 ‘기계적인 중립성’을 추구함으로써 기자 스스로 어떠한 입장도 취하려 하지 않는 방관자적 태도를 선택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 보듯 기계적인 중립성과 비판성은 공존할 수 없다.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기자는 중립적이어야 한다’며 기자들에게 기계적으로 객관성과 중립성을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다. 기자는 비판적으로 문제에 접근해 명백하게 ‘가치판단’을 해야 하는 주체다. 또 적극적으로 ‘할 말 해야’ 하는 주체다. 그저 ‘피상적으로’ 보도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정 소재의 기사화를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가치판단이 시작되는데, 기계적으로 중립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중립성을 말하기 이전에, 그 중립이 스스로 택한 방관의 정당화는 아닐까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필자 역시 중립성의 한계에 대한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환기함으로써 신문을 만드는 그리고 접하는 누구라도 꼭 한 번쯤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