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감상자 그 멀고도 가까운 사이를 잇다
미술과 감상자 그 멀고도 가까운 사이를 잇다
  • 윤아림 기자
  • 승인 2015.06.03 21:55
  • 호수 15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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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조용한 월요일 오후 한가람 미술관. 마크 로스코 전시장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그 유명하다는 로스코의 유작 ‘무제(1970)’ 앞에서 모두 무언가를 느끼려 부단히 노력 중이었다. 전시장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발소리만이 감도는 가운데 침묵을 깨는 한 목소리가 들렸다. 한 무리의 관광객을 앞에 두고 작품을 설명하는 도슨트였다. 로스코의 “그림과 관중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라는 글귀를 뒤로한 채 그는 그림과 관중 사이 서 있었다. 전시를 해설하는 도슨트. 그의 존재는 현대미술의 감상에 어떤 도움을 주는 걸까? 5년째 도슨트를 하는 김찬용 씨를 만나 물었다.

 

▲ ⓒ안상훈 기자 tkd0181@skkuw.com

마크 로스코 전의 도슨트를 맡았다. 부담스럽진 않았는가.
전시에 따라 도슨트가 관람객에겐 힘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마크 로스코 전의 도슨트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엔 전시에 독이 될까봐 거절했다. 나는 침묵을 깨고 말을 하는 순간 작품에 담긴 추상이 형태를 갖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을 좋아하고 자기만의 감상법이 있는 소수는 그 침묵이라는 추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묵을 느끼는 것조차도 어려움을 겪는다. 나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또 한편으로는 마크 로스코와 같은 심오한 작가의 전시를 해설한다는 것이 도슨트로서 하나의 도전이 될 것 같았다. 대신, 하루에 세 번으로 도슨트를 최소화해 로스코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마크 로스코 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함(simple)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표현된 단순함을 감상자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마크 로스코의 단순함은 쉽게 그렸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문화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김건희 대표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압축함(pressure)’이다. 로스코의 그림 안에는 우리 사회의 많은 고민과 사색이 압축돼있다. 이러한 사색은 보이는 것을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는 작가의 그림엔 담기지 못한다.

가수 윤종신은 신곡 ‘The Color’에서 이러한 마크 로스코 작품 속의 단순함을 새롭게 해석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종신 씨는 로스코 전을 세 번이나 방문하는 등 매우 진지하게 감상을 했다. 그런데도 로스코의 깊은 숭고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The Color 가사 속에서 그는 말한다. 나는 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로스코의 작품을 완벽히 이해하려면 매우 많은 시간을 들여 감상하고 공부해야 한다. 윤종신 씨는 로스코의 작품 감상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고 그 안에서 그가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노래에 담았다. The Color가 로스코에 대해 지나치게 가볍게 접근했다고 하는 비평가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로스코의 난해함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잘 해석했다고 본다.

마크 로스코 전시를 보고 감명받아 울었다는 사람도 있다. 도슨트는 일반인과 비교하면 더 잘 몰입해서 그림을 감상할 것 같다. 본인은 전시를 보며 숭고함을 느꼈는가.
작품에 대해 배경지식이 많은 것과 작품에 감정이입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 이번 전시는 로스코가 전성기 시절 그렸던 훌륭한 작품들이 많아 좋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것들을 보면서 울지는 않았다. 나도 아직 완벽하게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매일 아침에 혼자 작품을 보면서 그림을 이해하려 노력 중이다.

미술 감상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이 중요하고 도슨트의 설명은 오히려 방해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슨트의 역할은 무엇인가.
물론 현대미술, 특히 추상미술에서 감상자 스스로 느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느끼기 이전에 그림을 보는 여러 시각을 도슨트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어떻게 보는지도 모르면 좋은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도슨트는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도슨트는 자신이 해석한 작품을 감상자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이 작품은 이렇게 봐야 한다 식으로 해설한다. 바람직한 도슨트는 미술계에 존재하는 작품의 여러 접근 방법중 하나를 제시하는 역할만을 해야 한다.

현대미술은 그림의 표상보다 그 안에 담긴 작가의 해석이 중요하다. 그래서 현대미술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현대미술에 대한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애정과 관심이다. 많이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이때 아는 것은 억지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전에 먼저 좋아해야 한다. 나는 나를 전문가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나는 애호가다. 사실 추상미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좋아서 관련 서적도 많이 본다. 미술을 좋아하는 것은 연애와 똑같다. 예를 들어, 나는 액션 영화를 좋아하고 여자 친구는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멜로 영화를 싫어하지만 여자 친구는 좋아하니 함께 보려고 노력하면, 어느 순간 멜로 영화가 좋아질 수 있다. 미술도 내 취향이 아니라고 거부하는 순간 끝없이 벌어진다. 
 
다양한 전시를 해설해왔는데 그 중에서도 현대미술의 도슨트를 유독 선호하는 것 같다. 도슨트의 입장에서 현대미술은 어떤 가치가 있다고 보나.
사실 현대미술의 추상적 표현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많은 도슨트가 현대미술 이전의 미술에 대해 해설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현대미술의 도슨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미술이야말로 세상을 사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이다.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자본과 기술, 미디어로 가득한 삶 속에서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가치를 일깨워준다.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그 너머를 담은 현대미술은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해 준다.

▲도슨트 김찬용씨가 마크로스코展을 설명하고 있다. / ⓒ안상훈 기자 tkd0181@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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