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혜윤 기자 (hyeyoun1130@skkuw.com)

엄마가 매주 챙겨보는 방송이 생겼다. ‘TV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는 엄마가 웬일이지’라는 생각에 그 방송을 찾아봤다. 음식의 맛과 역사, 문화에 관해 얘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렇게 우연히 ‘맛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맛’에 대한 글을 쓴다는 건가. 호기심이 생겨 찾아본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글은 음식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글을 읽을수록 그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여러 번 보낸 메일을 보낸 끝에 답장을 받았다. ‘화요일 오후 2시, 방송국 근처 카페에서 봐요’
그를 만나러 조용한 카페를 찾았다. 성대신문 기자로서 마지막 취재라 그런지 첫 취재만큼 부담감이 컸다.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바쁜 일상에도 밝은 모습이었다. 배고프다며 점원에게 무슨 빵이 인기가 좋은지 묻는 그는 까다로운 미식가보다는 푸근한 아저씨였다.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를 잠시 뒤집어 놓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편히 물어봐요.” 고심 끝에 고른 블루베리 빵을 베어 물며 따뜻한 미소를 짓는 그의 말에 긴장이 풀렸다. 질문마다 기자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수차례 확인을 받고나서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그에게서 배려와 프로정신이 느껴졌다.
“아~ 힘들다.” 1시간이 넘는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에 녹음기를 껐다. 그때 그가 기자의 꿈을 물어왔다. 취재원이 질문을 던진 것은 처음이라 기분이 묘했다. “교사입니다.” “힘든 직업을 꿈꾸네.” 교사가 힘든 직업이라 여긴 적은 없었다. 오히려 남들보다 일찍 퇴근하고 더 많은 여가시간을 갖는 직업 정도로 생각했었다. “혹시 연애해 본 적 있나?” 뜬금없는 질문이 당황스러웠다.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도 힘든데 30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생각을 헤아리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그가 얘기하는 교사는 가르침을 넘어 아이들과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순간 멍했다. 그동안 나는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가르치기 위해 많은 지식을 습득하려고 애썼을 뿐, 남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40분가량의 ‘대화’를 하는 동안 수많이 생각이 오갔다. 하지만 마지막 그의 말에 힘을 얻었다. “좋은 교사가 돼요. 혜윤 씨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네.”

▲정혜윤 기자 hyeyoun1130@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