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웹툰도 노동법 가르치는데... 학교에선 뭐하나요?
광고, 웹툰도 노동법 가르치는데... 학교에선 뭐하나요?
  • 박범준 기자
  • 승인 2015.06.08 23:10
  • 호수 15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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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가 등장한 광고가 화제가 됐다. 광고에서 혜리는 최저임금, 야간근무수당 등 노동법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사장님’들을 귀엽게 협박했다. 혜리는 이 광고로 알바생들의 권리를 지킨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최규석 작가의 네이버 웹툰 <송곳>도 ‘노동법 학습만화’라는 평을 들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송곳>은 한 외국계 대형마트에서 점원들에 대한 부당해고 지시를 받은 이수인 과장이 한 노동운동가의 도움을 받으며 노조 활동을 해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미생>, <카트> 등 노동문제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쉽게 노동법을 접하면서 왜 우리는 학교에서부터 노동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학교 최은혜(사회 14) 학우는 “<송곳>의 댓글난에 많은 네티즌이 느낀 점을 공유하는데 그걸 볼 때마다 학교에서 필요한 교육을 웹툰이 대신한다고 생각했다”며 “대학생들이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면 바로 부딪히는 게 노동법 관련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알바몬

노동법 제대로 못 배우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학생들
실제로 공교육 차원의 노동법 교육 실태는 매우 열악하다. 지난 4월 19일, <한겨레>가 일반계 고등학교의 사회과 교과서 17종을 분석한 기사를 보면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교과서 전체 4,612쪽 중 노동 관련 내용은 83쪽(2%)뿐이었다. △노동3권(8종) △근로기준법(7종) △노동조합법(5종) 등 노동자의 핵심 권리를 다룬 교과서는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노동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청년들은 일터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2013년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서울시 노동 인권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 376명 중 79명(21%)의 대학생만이 노동법을 배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노동법을 잘 모르는 대학생들은 알바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한다. 알바를 하면서 추가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대학생 167명 중 52명(31.1%)은 추가근무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는 대학생 172명 중 126명(73.3%)의 학생들이 유급휴일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연구 책임자인 송효원 씨는 “기본적인 노동법 교육을 넘어 노동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다각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씨는 “노동권은 신성하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을 형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런 사회적 인식이 청년의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초적인 토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NAVER 웹툰 <송곳> ⓒ창비

노동교육을 이념문제와 결부시키는 우리 사회
우리는 왜 학교에서부터 노동법을 가르치지 않는 걸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노동’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상황은 진보적인 생각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우리 사회는 ‘노동’이란 단어를 들으면 뭔가 불순하고 과격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노동자 혹은 노동자 가족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노동자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결국 사회 전체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노동교육원(현 고용노동연수원)이 펴낸 ‘선진 5개국 노동교육 실태’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노조 측과 경영자 측으로 조를 나눠 ‘모의 노사교섭’을 실시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협상 요령에서부터 언론과 인터뷰하는 법, 연설문을 작성하는 법까지 배운다. 프랑스도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는 인문실업계 공통으로 ‘단체교섭의 전략과 전술’이라는 교육을 받는다. 미국의 경우 교과서에 노동조합과 단체교섭 문제를 역사현실쟁점 등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전반적이고 실질적인 노동법 교육이 필요해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노동법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3년에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인권·노동·평등 등의 주제를 다루는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이라는 교과서가 발간됐다. 이 교과서 고교과정의 ‘노동과 경제’ 단원에는 학생들이 알바생 모둠과 고용주 모둠으로 나뉘어 협상한 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활동이 나온다.
현재 이 교과서는 정규교육과정인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교재채택은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에 불과하다. 이 교과서 고교과정의 집필책임자인 삼일상고 허진만 교사는 “경기도교육청에서 교과서를 보급해도 안 쓰는 학교가 많다”며 “중앙정부나 교육감이 의지를 가지고 실질적인 노동법 교육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tvN드라마 <미생> ⓒtvN                 영화 <카트> ⓒ명필름

 *유급휴일 수당=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1일 이상의 유급휴일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토요일 또는 일요일로 설정되는 이 유급휴일은 근무하지 않더라도 하루 치 임금이 지급돼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임금체불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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