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성경 기자 (stellask@skkuw.com)

우리는 모두 건물 속에서 또 건물 사이에서 살아간다. 삶과 떼놓을 수 없는 존재, 건축. 그러나 바쁜 건축학과 삶에는 수지와 이제훈처럼 이어폰을 나눠 낄 여유같은 건 없다. 학교 밖에선 “건축? 그쪽 힘들다던데 그냥 다른 거 해”와 같은 말을 듣고, 안에선 마감의 압박 속에 설계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 아름다운 공간으로 더 나은 삶을 만든다는 꿈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설계 수업 속 잊혀진 지 오래다. 이런 건축학도들이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만든 단체가 있다. Union of Architecture University in Seoul, UAUS(기획팀장 이종빈). 일명 ‘우아우스’라 불리는 대학생 건축과 연합회를 만났다.

 

경희대 학생들이 'CHAOMOS'를 시공 중이다. ⓒUAUS

대학생 건축과 연합회, UAUS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역사 밖으로 나가자마자 낯선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철제의 거대한 유선형 물체, 천장에 매달려있는 플라스틱 방울들, 의자로 된 새하얀 구조물까지, 신기한 것들이 이곳을 가득 채웠다. 지금 여기에선 제4회 UAUS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UAUS는 2011년 8월에 생긴 대학생 건축과 연합회다. 처음엔 서울 내 8개 대학의 연합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수도권에 있는 19개 학교 건축학도들이 함께한다. 전시회뿐만 아니라 정기총회, 강연 등을 통해 학술적 교류를 한다. UAUS 페스티벌은 매년 UAUS가 벌이는 가장 큰 전시회다. 전년도 전시회에서 우승한 팀이 주축이 돼 새로운 후원자들을 찾아 올해의 전시회를 기획한다. 올해 UAUS 기획단의 정민영(경희대) 씨는 전시기획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스폰서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학생단체라 신뢰도가 떨어지는 게 현실이에요. 기획서를 돌리는 데에 비해 연락을 해주는 곳이 적어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땐 좀 힘들죠.” 이번 전시회는 DDP로부터 대관료의 90%를 후원받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올해도 UAUS 페스티벌은 시작됐다.

한양대의 작품 'Seoul Flows In You' ⓒUAUS

DDP, 서울을 입다
1년간의 기획, 48시간의 시공, 5일간의 전시. 뜨거운 여름의 시작과 함께 제4회 UAUS 페스티벌이 열렸다. 지난달 23일부터 1주일간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진행된 이번 축제에서 우리 학교를 비롯한 19개 학교는 창의적인 파빌리온을 전시했다. 파빌리온이란 이동이 가능한 가설의 작은 건축물을 뜻한다. 매년 서울을 키워드로 진행되는 UAUS 페스티벌은 올해 ‘DDP, 서울을 입다’를 주제로 선정했다. 각 학교는 서울 곳곳의 지역적 특성을 여러 방면으로 분석 후, 파빌리온의 디자인 요소로 가져왔다. 의자를 오브제로 한 세종대의 ‘노량진 블루스’는 수험생들의 입시와 취업스트레스를, 홍익대의 ‘NAKED SEOUL’은 서울을 빼곡히 매운 아파트들을 표현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을 그려냈다. 평소 발길이 뜸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까지 사람들을 유도한다는 기획단의 의도대로 시민들의 발걸음은 파빌리온의 행렬을 따라 공원의 끝까지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는 시공 과정에서 생긴 구조상의 문제로 철거했지만, DDP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아우르는 건축학도들의 열정은 늦은 밤까지 그곳을 아름답게 밝혔다. 올해의 UAUS 페스티벌은 서울시립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홍익대의 작품 '발가벗은 서울' ⓒUAUS

UAUS, 그들이 가는 길
다른 건축학과 학생들은 마감에 치여 살고 있는 이 순간, UAUS 그들은 대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올해 UAUS 기획단의 강창아(경기대)씨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건 기성세대와 다른 새로운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건축학도들 간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UAUS의 목표를 말했다. 그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건축학도들과의 교류를 최종목표로 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이름이 UAUS ‘페스티벌’인 이유도 이에 있다. 시상은 동기 부여일 뿐 큰 의미가 없다. 앞으로는 UAUS에 가입한 학교끼리 연합해 졸업전시회를 함께 개최하는 등 서로 간 교류를 위한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민들과 함께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고민하는 것 역시 그들이 가고자 하는 길이다. ‘DDP, 서울을 입다’를 통해 학생들이 우리에게 주고자 했던 것은 건축과 예술의 경계, 그 어딘가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속. 잠시나마 이 도시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던 건축학도의 밤엔 어둠이 아닌 형광등 불빛이 가득했다.


*바우하우스=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립한 현대 조형예술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친 독일의 예술교육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