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지원 기자 (wontheph7@skkuw.com)

 

 2016년 최저임금이 2015년에 비해 450원, 8.1% 인상된 6,030원(월급 126만 원)으로 결정됐다. 직후 노동계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가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결정된 것을 알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저임금위) 개회를 앞두고 최저임금인상 촉구 서명을 받은 청년학생단체들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배의 서명을 모았다.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 결정은 매년 큰 관심을 받아왔지만 올해는 특히 뜨거웠다. 그러나 최저임금 액수만이 문제는 아니다. 이를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그간 최저임금위가 안고 있었던 △최저임금 당사자 배제 △폐쇄적 회의진행 △공익위원의 성격 등의 관행적 문제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내부를 들여다보자.

당사자 없는 최저임금 결정?
올 초 취업포털사이트 알바몬의 ‘혜리 광고’를 두고 신경전이 펼쳐진 것은 학생·청년 알바들과 영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였다. 왜 하필 이들이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흔히 이들이 최저임금을 지급받고 지불하는 ‘최저임금 당사자’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최저임금 적용의 당사자일 뿐, 정작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소외되어왔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각 9명씩으로 구성된다. 이 중 노동자위원은 양대 노총에서, 사용자위원은 전경련과 경총에서 전원 추천한다. 양대 노총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경련과 경총 역시 기업인들의 모임이다. 지금까지 위원들은 최저임금에 직접 영향받는 사람들이 아닌, 추천단체들의 입장에 가까웠다. 물론 최저임금은 범국민적인 지표로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당사자들의 대표가 회의장에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올해 최저임금위에서는 달라졌다. 양대 노총은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진숙 홈플러스 노조 서울본부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을 노동자위원으로 추천했고, 사용자위원에도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새로 합류했다. 청년·비정규직·여성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변자가 회의장에 들어선 것이다.
불행히도 최종 표결에는 이 당사자 대표들의 표가 반영되지 않았다. 파행 끝에 표결에 부쳐진 중재안을 두고 노동자위원 전원과 소상공인 대표 사용자위원들이 불만의 표시로 불참했다. 이렇게 올해 최저임금위의 당사자 대표 입성은 큰 발걸음인 동시에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이에 대해 청년 대표 김민수 위원장은 “최종 결정액 자체는 아쉽지만,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진행 과정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했다”며 감회를 전했다.

밀실 회의장에 창문 하나 만들기
최저임금위가 소집된다. 많은 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국기에 대한 경례와 각 위원의 인사말이 이어진다. 그리고 논의가 시작되기 직전, 기자들은 모두 회의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 27명의 위원과 단 4명의 사전합의된 배석자만 남은 채로 회의가 시작된다. 의장을 제외한 위원 그 누구도 위원회의 동의 없이 회의에서 오간 발언을 외부에 발표할 수 없다. 회의내용이 요약된 보도자료만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제11차 회의에서 14시간에 걸쳐 밤을 새워가며 토론한 내용은 공문서 2페이지로 요약됐다. 제10차 회의의 요약은 단 11줄이다. 추가 기자회견이나 언론브리핑도 규정돼 있지 않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350만 명 최저임금 노동자의 내년 임금을 결정하는 회의는 이렇게 세상에 전달돼 왔다. 참여연대가 지난 7월 발행한 <문닫고 회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보고서는 “다른 정부위원회보다 운영의 폐쇄성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최저임금위가 장기적으로 생중계나 실시간 방청까지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위원회에서 노동자위원들은 정보공개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 측에서 ‘녹취록 정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위원들의 신상이 위험해진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해 쉽게 결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독자 행동을 시작했다. 노동자위원 측 배석자였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최혜인 정책부장은 개인적으로 속기록을 작성, 언론에 공개했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는 ‘밀실 회의’란 표현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 다음번 회의에서는 이 문제로 노동자위원 측에 사과를 요구하면서 회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로도 최혜인 부장은 참관기를 연재했고, 김민수 위원 역시 SNS를 통해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최혜인 부장은 다음 아고라에 최저임금위를 TV 공개토론 형식으로 진행하자는 내용의 청원을 올려 5일 만에 1,000명의 서명을 받아내기도 했다.
혼란 끝에 위원회는 내년부터 △매회의 직후 언론브리핑 △배석자 2명 증원  △회의록 상세화를 결의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현행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위는 공개대상 정보의 원문을 공개해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격론이 오가는 다른 정부위원회들은 속기록을 공개한다. 방청 역시 시민 누구나에게 열려 있다.
최저임금위 종료 후, 참여연대와 몇몇 국회의원들로부터 정보 공개 규정 변경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최저임금위원회의 정보공개가 내년에는 결의한 내용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치열한 노·사 대립, 공익위원은?
올해 최저임금위에서 노동자위원 측의 최초제시안은 1만 원, 사용자위원 측의 최초제시안은 5,580원 동결이었다. 사용자위원 측은 8년 연속으로 최초제시안으로 동결안, 물가상승을 고려할 때 인하안을 내놓았다. 고용노동부조차도 이런 태도는 협상의 걸림돌이라며 최소한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인상률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용자위원의 태도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속기록을 입수한 미디어오늘의 사용자위원 ‘막말’ 보도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에 비하면 노동자위원은 협상의지가 있는 편이었다. 8,400원을 첫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사용자위원의 1차 수정안이 30원 인상된 5,610원에 그치며 타협은 요원해졌다. 이후 3차 수정안에 이르기까지 노동자위원 측은 300원을, 사용자위원 측은 105원을 더 양보했을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노·사는 끝없이 대립했고 번갈아가며 전원 퇴장했다. 결국 결정을 내린 것은 공익위원들이었다. 공익위원 측은 5,940~6,120원을 심의촉진구간으로 내놓았고, 노동자위원 전원과 일부 사용자위원이 서로 다른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공익위원 안의 중간값을 두고 표결해 결정됐다.
올해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매년 노·사는 첨예하게 대립하며 접점을 찾지 못했고 양측을 중재하던 공익위원들이 표결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공익위원은 누구인가?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라는 명칭은 그들이 누구의 입장에 있는지 명백히 보여준다. 반면 공익위원이라는 명칭은 다소 모호하다.
공익위원은 9명 전원을 고용노동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때 추천을 받기 위한 자격요건으로는 관련 학위와 연구실적,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경력이 필요하다. 공익과 관련한 경력에 대해서는 명시된 바가 없다. 실질적으로 공익위원들은 노·사·정에서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결국 노·사 대립 속에서 정부가 중재하며 결정권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익위원 9명을 모두 자체적으로 추천·임명할 정당성은 의심을 받아왔다. 현재 국회에는 노·사·정 각 3명씩 공익위원을 추천하는 안(새정치 문재인 대표), 국회·대통령·대법원장이 각 3인씩 선출 혹은 지명하는 안(새정치 전병한 의원)을 포함해 이 문제에만 5개의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