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광복 70주년 기념 한강 자전거 한 바퀴 체험기

기자명 성대신문 특집팀 (webmaster@skkuw.com)

AM 5:00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출발했다. 혜화를 지나 종로에 진입했다. 새벽이라 여유롭게 차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잠시, 뒤에서 엄청난 속도를 내는 버스들과 씨름을 했다. 마음은 급하고 주변 상황은 도와주지 않으니 종종 위험한 상황이 생겼다. 도로 면이 좋지 않아 핸들을 놓칠 뻔하기도 했고, 옆에서 급하게 나오는 차에 치일 뻔하기도 했다. 마지막 사고 위험 구간인 마포대교 진입 구간을 지나고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페달 위에 올라서니 생명의 다리 문구 위로 여의도 한강공원의 모습이 보였다.

AM 6:00  여의도 한강공원에 도착했다. 예상과는 달리 공원 내는 아직 한산했다. 행사 시작까지는 아직 2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평소와 같이 운동을 하는 동네 주민들이 있고, 행사 참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 명 보였다. 출발지인 이벤트 광장으로 이동하자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서둘렀다. 그중 현장 접수 부스가 눈에 띄었다. 코스는 △가족(18km) △행복(40km) △몽땅(75km)로 총 3가지다. 한강 몽땅(75km)코스 접수 후, 번호표와 태극기를 받아 자전거에 부착하는데 주변 사람들 모두 어디에 달아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주최 측의 아쉬운 일 처리기도 했다. 자전거 별로 모양이 달라서 통일하기는 힘들지만 대략 어느 부분에 달아야 하는지 참가자에게 안내했어야 한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번호표와 태극기를 부착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AM 7:00    한강 위에 붉은 해가 떠올랐다. 비둘기들은 캠핑 온 사람들이 간밤에 두고 간 음식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행사장은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행사 전 이벤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 시간에 자전거 헬멧을 대여하기 위해 공원 내 대여소들을 찾았지만, 이른 시간에 문을 여는 곳이 없었다. 출발 시각인 8시까지 헬멧을 구하지 못한다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치자 공원 밖 자전거 업체에 가보기로 했다. 당산으로 이동해 자전거 가게를 3개나 찾았지만 모두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새벽에 여기까지 왔는데 행사에 참가하지도 못하고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졌다. 급한 마음에 행사 관계자를 붙잡고 헬멧을 대여할 수 없는지 물어보니 지금은 대여소가 열려있다고 했다. 가보니 정말 대여소가 열려 있었다.

AM 8:00    가까스로 헬멧을 구하고 이벤트 광장에 도착하니 카운트를 세고 있었다. 몽땅 코스는 가장 긴 구간을 다녀오기 때문에 가장 먼저 출발하기 때문이다. 숨 돌릴 틈도 없이 행사가 시작됐다. 첫 구간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잠실 근처 암사대교까지 가는 것이었다. 몽땅 코스의 총참가자가 약 800명이기 때문에 초반에 좁은 자전거 길에서는 안전을 위해서 모두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 오르막길이 등장하자 멈추는 사람들이 있어 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다. 잠시 후 반대 차선으로 추월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대 차선에서 달리던 사람들의 고성이 들렸다. 천천히 움직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캠핑하러 온 사람들을 구경도 하면서 여유롭게 달렸다. 20km를 지나자 앞의 사람들이 점점 없어지기 시작했다.

AM 9:00    암사대교를 지날 때 주변 교통 통제를 해주시는 경찰과 행사 관계자들이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고 감사인사를 드리며 지나왔다. 몸이 풀리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4대강 길이라는 표지가 계속 지나가고 중랑천을 지나 한남대교로 넘어가는 길은 익숙한 길이다. 뚝섬 한강공원이나 한강 다리 밑 공원들은 혜화에서 나가는 길에서 항상 마주하기 때문이다.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리다 보니 40km 구간에 도착했다. 반대 차선에는 태극기를 단 자전거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곧이어 행복(40km) 코스를 달리는 사람들이 앞에 나타났다. 행사 초반을 연상시키는 걸음마가 시작됐다.

AM 10:00   행복 코스 사람들이 마포대교에서 모두 좌회전을 하고 나서야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었다. 양화대교를 지나 난지한강공원 50km 구간을 지날 때 고통이 시작되었다. 고글을 쓰고 있어서 체감하지 못했지만,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갈증도 느끼고 엉덩이를 안장에 대면 아픔이 느껴졌다. 행주대교를 지나기 전까지 다리가 저리고 눈앞이 캄캄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페달은 계속 밟고 있었다. 60km 구간에 도착하자 식수대와 당분을 보충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물 한 통을 그 자리에서 마시고 과자를 해치우고 나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여의도까지 15km는 더 달려야 하는데 몸이 너무 무거워져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에 더웠기 때문에 수분이 금방 날아가서 페이스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AM 11:00   여의도 한강공원에 도착했다. 완주했다는 기쁨이 온몸을 사로잡았다. 자전거를 사고 70km 이상을 달려본 적이 처음이기 때문에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장거리 주행의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도착과 동시에 기념메달을 받았다. 조잡한 메달이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기자에게 한강 자전거 한 바퀴는 광복절 의미도 되새기고 취미생활도 하는 즐거운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