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는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락, 일렉트로닉 등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수박 겉핥기식이라도 듣다 보면, 세상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음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세상에 있는 모든 소리들은 음악의 재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 재료들로 어떤 사람들은 아주 독특한 요리를 만들어낸다. 이게 내가 전에 먹던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소한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최근 한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 지나친 여성 비하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 곡을 들은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저것도 음악이라고 하는 거야?” 라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왜 그런 과격한 가사의 노래를 ‘음악’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걸까?
 음악이란 무엇일까? 더 나아가서, 예술이란 건 뭘까? 만약 이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었다면,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부질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음악이란 ‘박자, 가락, 음정 따위를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하여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이라고 한다. 간결한 정의 그 자체다. 그러나 몇 가지 의문점이 든다.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조화하고 결합해야만 음악이 되는 걸까? 유튜브에 현대음악을 검색해보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협화음으로 이루어진 곡이나, 우리가 미처 따라갈 수도 없는 이상한 박자의 곡을 들어볼 수 있다. 심지어는 한 음 사이를 3등분한 피아노로 연주한 곡도 있다! 이런 곡들은 조화나 결합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유튜브의 댓글을 보면, 이런 것도 음악이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반, 이상하지만 신선하지만 좋은 곡인 것 같다고 하는 사람이 반이다.
 또 다른 의문점은, 과연 모든 사상이나 감정이 음악이라는 틀 안에서 용인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수많은 철학자들은 음악을 정의할 때, 음악이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때로, 예를 들자면 언더그라운드 힙합이나 데스 메탈 등 소수 장르의 몇몇 음악의 경우 사회 구성원 다수가 공감하기 힘든 정도의 과격한 정서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것을 음악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음악을 듣고 ‘저것도 음악이냐’는 반응을 보인다. 결국 무엇이 음악인지, 어떤 곡을 음악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다.
 음악이 정확히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시대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음악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음악, 더 넓혀서 예술이라는 개념이 가장자리가 흐릿한 원 모양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가장자리가 흐릿한 원을 두고 사람들이 각자 가늠하는 원의 넓이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예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넓어지고 정교해진다. 또한 한번쯤은 내게 있어서 음악은 무엇인지, 미술은 무엇인지, 예술에 대해서 스스로 정의를 내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권희지(경영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