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수신 : 최호준(중문 13)


 호준아 안녕? 나 혜림이야. 생각해보니까 너한테 편지 써 준 적이 너 훈련 갔을 때밖에 없네. 곧 있으면 우리가 만난 지 1주년째 되는 날인데 마침 딱 이렇게 좋은 기회를 알게 되어서 편지를 써.
 작년 가을, 제일 좋아하는 계절에 너를 만나서 오늘까지 거의 일 년 동안 사귀면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첫 데이트 날 영화 비긴어게인을 보고 나서 네가 사줬던 영화 OST 시디를 소중히 안고 집까지 갔던 것, 네가 새벽에 나 보고 싶다고 서울에서 분당까지 운전해서 왔던 것, 같이 심야 드라이브하고 한강 갔던 것, 같이 불꽃축제 보러 갔던 것, 양평 가서 레일바이크 탔던 것, 이번 여름에 같이 물놀이 했던 것. 다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들뿐이야. 또 스포츠에 관심이 눈곱만큼도 없었던 내가 너를 만나서 겨울엔 농구 보러 다니고, 요즘엔 야구 보러 다니고. 같이 보러 간 야구 경기만 해도 벌써 여덟아홉 경기가 되다 보니까 이제는 선수들 이름도 다 외우고 선수마다 다른 응원가도 다 외웠다. ‘네가 좋아하니까 같이 가주는 거야. 고맙게 생각해!’라던 내가 어느 순간 네가 사준 유니폼 입고 너보다 더 신나서 응원하고 있더라. 꼭 그런 특별한 데이트를 하는 날이 아니더라도 카페에서 같이 시험공부 했던 것, 지하철 타고 갈 때 내 어깨에 기대 잠든 네가 깰까 봐 움직이지 않고 있었던 것, 집 가는 길에 이어폰 한쪽씩 나눠 꼽고 노래 들으면서 갔던 것, 너와 손잡고 서울 거리를 걸었던 것…. 모두 너와 함께여서 좋았어.
 생각해보면 내 일상의 모든 순간에 늘 네가 있었어. ‘잘 잤어?’라는 너의 카톡에 하루를 시작하고 ‘잘 자’라는 인사로 하루를 끝내고. 물론 우리도 때로는 서로 상처 주고, 싸우고, 힘들기도 했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늘 변하겠다고 노력해주는 네 덕분에 우리가 오늘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 내가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점에 대해 고치려고, 변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다른 면에서는 변함없는 네게 참 고마워. 작년 10월에 불꽃축제 보고 온 날 바꾼 카톡 상태 메시지, ‘그냥 너랑 봐서 좋았다’를 오늘까지도 바꾸지 않고 있어 줘서 고마워. 아침에 일어나면 일어났다고 카톡 해 주는 것도 고마워. 그냥 시도 때도 없이 내 목소리 듣고 싶다고 전화해주는 것도 고마워. 네가 그렇게 전화할 때마다 나는 괜히 ‘왜 전화했어.’라고 말하지만, 속으론 참 좋아. 표현을 참 많이 해주는 너에 비해 나는 표현에 인색해서 그것 때문에 속상할 때 많았지? 나도 앞으론 사랑한다는 말, 보고 싶다는 말 아끼지 않고 좀 더 표현할 수 있게 노력할게. 호준아, 일 년 남짓한 시간 동안 나와 함께해줘서 고마워. 앞으로 더 좋은 추억 많이 만들면서 예쁘게 사랑하자. 사랑해~!

발신 : 서혜림(국문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