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홍정아 (ja2307@skkuw.com)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스펙조사팀이 입사지원서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청년층에서는 입사 지원서의 부당한 차별 가능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청년 노동조합 서울청년유니온은 2013년 서울시와의 교섭을 통해 ‘청년일자리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서울특별시는 산하 투자출연기관이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직무와 무관한 항목이 포함되지 않은 표준 이력서를 사용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2007년 고용 노동부가 보급한 표준 이력서는 △가족 관계 △사진 △학력 등 차별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항목을 제외한다.
지난해 4월 대통령 직속 청년 위원회 ‘스펙조사팀’은 상위 100대 기업의 입사 지원서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 관행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입사지원서에서 불필요한 스펙&개인정보를 지워주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었다. ‘스펙조사팀’ 팀원 김경수 씨는 “주변에 이와 같은 불필요한 정보 요구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며 “입사 지원서를 분석하며 왜 이러한 항목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당시 활동 소감을 밝혔다.
법적으로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난 2003년 ‘입사지원서 차별항목 개선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국내 기업들에게 △체중·색맹·신장 등 신체사항 △가족의 성명·연령·직업·월수입 등 가족관계 △출신 학교·종교·출신 지역·혼인 여부 등 신상 관련 내용과 같은 총 36개 사항을 지원서 항목에서 제외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권위의 개선안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라 발표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인권위 차별조사과 장관식 담당은 “당시 인권위가 개선을 요청한 기업 전부는 차별 항목을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기업을 제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2월 발의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표 발의자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입사 지원서의 불합리한 차별 가능성을 법적으로 근절하고자 했다. 이 법안은 △구직자에게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사항을 서류로 작성·제출하게 하거나 면접을 통해 확인하는 행위 금지 △구인자에게 업무와 임금, 채용 예상 인원 등을 채용광고에 명시 △채용 불합격 사유 고지 의무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대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기존의 불합리한 입사 지원서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삼성과 LG, SK 그룹 등은 전 계열사 공채 입사 지원서에 사진 첨부란을 삭제하였고 지원자에게 가족관계와 신체사항 등의 정보를 묻지 않는다. 아시아나 항공은 국내 항공업체 최초로 승무원 채용에 증명사진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포스코는 입사 지원서에서 학력과 사진을 없애고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한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들은 이와 같은 자율적인 확산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인권위 장관식 담당은 “지금까지 기업의 자율로 맡겨놓았지만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며 “언론 보도등을 통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과 차별금지법과 같은 법적 규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