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작은' 결혼 했어요
우리 '작은' 결혼 했어요
  • 박범준 기자
  • 승인 2015.09.08 12:58
  • 호수 15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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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원도 정선의 한 민박집에서 원빈과 이나영이 결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작은 결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결혼식에 주례와 축가는 없었다. 초원 위에 가마솥을 걸고 가족들과 국수를 나눠 먹은 것이 피로연의 전부였다. 이들 부부 외에도 방송인 김나영, 이효리-이상순 부부 등 연예인들의 소박한 결혼식이 화제가 됐다.
연예인들의 이런 작은 결혼식 움직임은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최근 몇몇 신혼부부들은 형식적이고 호화로운 기존의 결혼을 탈피해 ‘작고 뜻깊은’ 결혼식을 치르고 있다. <성대신문> 사회부는 청년들의 작은 결혼을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나눠봤다.

#1. ‘비용은 최소로’  공공시설 웨딩
지난 3월 15일 화창한 오후, 박달근(35), 어윤복(35) 부부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들이 결혼식을 치른 곳은 일반 예식장이 아닌 서울역사박물관이다. 부부가 예식장을 대여하는 데 쓴 비용은 40만 원, 여기에 예식장을 꾸미고 음향시설을 대여하는데 100만 원이 들어서 총 140만 원을 사용했다. 피로연 식대는 박물관 구내식당 메뉴에 고기와 과일 메뉴를 추가해 총 15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외에도 결혼식 기본 패키지인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와 기타비용을 포함해 이들의 총 예식비용은 405만 원. 평균 예식비용 1,890만 원의 4분의 1도 안 된다. (2015 결혼비용 보고서, 결혼자문업체 ‘듀오웨드’ 조사)
박 씨 부부가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식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시민에게 개방된 공공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청년여성문화원(이하 청여원)에서 운영하는 작은결혼정보센터 누리집에 들어가면 서울 시내 공공시설 예식장을 확인할 수 있다. 박 씨 부부가 이용한 서울역사박물관은 공공시설 예식장 중에서도 비싼 편이다. 서울 시내 공공시설 예식장 중 인기가 높은 서울시 시민청과 서초 양재 시민의 숲 예식장 비용은 각각 6만 6천 원, 0원으로 훨씬 저렴하다. 예식장을 찾는 신혼부부들의 반응도 뜨거워 올 하반기까지 이미 예약이 다 찬 상태다.
식장을 대여하는 것 외에도 신혼부부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박 씨 부부는 결혼 준비과정에서 청여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부부는 일반 예식장을 돌아다니면서 결혼의 모든 과정에 상업적으로 접근하는 업자들의 태도에 실망했다. 박 씨는 “일반 웨딩홀에선 결혼식 시간도 짧고 형식도 제한돼있어 다양한 시도를 하기 어려웠다”며 “다음 순서에 올 부부를 위해 눈치  보면서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2 ‘하객과 가까이’ 하우스 웨딩
'One in a million, my lucky strike!(너 같은 여자 백만 명에 하나 있을까, 대박이야!)' 마룬5의 ‘Lucky Strike’가 울려 퍼지고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하늘색 멜빵바지를 입은 신랑이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퇴장했다. 지난 5월 30일 인사동의 한 한식당에서 열린 안은솔(27), 임양근(31) 부부의 결혼식 풍경이다. 다시 하객들 앞에 나타난 부부는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오가며 친척, 직장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오후 4시에 시작한 이들의 결혼식은 밤 10시에 끝났다.
평소 지인들의 결혼식에 많이 참석했던 안 씨는 30분 만에 식을 뚝딱 해치우는 기존 웨딩홀 결혼식에 회의감을 느꼈다. 일반 예식장 결혼식의 경우 신부는 식전에 신부대기실에 ‘갇힌 채’ 하객들과 단절된다. 신부가 짧게나마 하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피로연 시간과 단체사진을 찍을 때뿐이다.
하우스 웨딩은 저택처럼 꾸민 소규모 공간에서 100명 안팎의 하객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는 파티 형식의 결혼식이다. 안 씨 부부처럼 식당이나 카페를 빌려서 결혼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결혼하는 부부들도 있어 사실상 장소의 제한이 없다.
이런 하우스 웨딩의 큰 장점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통이다. 신부는 이날 결혼식을 위해 새벽 꽃시장에서 저렴한 꽃들을 공수해 친구들과 같이 예식장을 꾸몄다. 신랑은 알전구가 박힌 조명을 구해 친구들과 설치했다. 결혼식이 끝난 후 부부는 친구들과 함께 남은 와인을 마시며 밤늦게까지 예식장을 정리했다. 안 씨는 “예식장을 꾸미면서 직접 결혼식을 만들어나가는 기분이 들었다”며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 행복했다”고 전했다.

 

#3 ‘더욱 뜻깊게’ 사회적 가치를 더한 결혼
지난해 10월 결혼한 임원대(40), 손지원(39) 부부는 결혼식 당일 뜻깊은 일을 했다. 바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고 있는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 30만 원을 기부한 것이다. 이들의 결혼식장 입구에는 후원증서와 민족과 여성 역사관 팸플릿이 놓여 많은 하객의 관심을 끌었다. 팸플릿 옆에는 포토월이 마련됐다. 부부는 식이 시작되기 전 포토월에서 하객들과 자유로운 포즈를 취하며 즉석 사진을 남겼다. 손 씨는 “식이 끝나고 모두 모여서 사진촬영을 해도 정작 하객들에게 남는 사진은 없는 것 같아 아쉬웠다”며 이런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날 하객들에게 남은 것은 즉석 사진만이 아니다. 부부는 결혼식을 장식하는 데 사용됐던 소국 화분을 식이 끝나고 하객들에게 나눠줬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꽃장식 대신에 기념품처럼 쓰일 수 있는 화분을 사용해 하객과 환경을 생각한 것이다.  
이들 부부에게 기부와 친환경 결혼의 아이디어를 제안한 곳은 예비 사회적 기업 ‘착한잔치 좋은 날’(이하 착한잔치)이다. 착한잔치는 신혼부부의 개성과 결혼식의 공공성 강화를 최우선 가치에 둔다. 손 씨 부부의 경우처럼 신혼부부의 기부를 유도하기도 하고,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미혼모 돌잔치, 취약계층 결혼식 지원 사업에 재투자하는 등 결혼에 사회적인 가치를 더한다. 김은지 대표는 “‘착한잔치’는 결혼식의 상업적 악순환을 최대한 줄이고 부부의 좋은 날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날로 이어지는 행복한 잔치 같은 결혼식을 만들고 싶다”며 “이런 의지를 가진 청년기획자들이 더 많아지고 그들의 사업이 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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