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우리 속담에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억지를 부리다 보면 얻는 게 있다는 뜻으로 일상에서 쓰이는 듯하다.
얼마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이라는 구호로 건배를 제의했었고, 이것이 문제가 되자 당대표라는 분은  “새누리당이라고는 안했다”라고 하는가 하면, 같은 당의 모의원은 “장관은 총선을 말했지 필승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선거사무를 관장하는 주무 장관이 중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선거법 위반 여부에 앞서 상식에 크게 벗어나는 일이었지만, 이에 대한 해명으로서, 관련자들의 발언 또한 궤변에 가까운 억지다. 또한 얼마 전 비무장 지대 안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남북 고위급 회담 결과 완화되자, 제1야당의 부대변인이라는 분이 ‘김정은을 존경한다’ 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러났다. 참으로 비상식적인 발언이다.
그 뿐인가? 자동차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경미한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병원에 입원하여 이른바 ‘나이롱 환자’가 되어 정도 이상의 배상을 받아내는가 하면, ‘내 뒷 마당에는 안된다(NIMBY)’는 식의 집단이기주의 ‘떼법’이 만연해 있다.
이처럼 정치권은 말할 필요조차 없고, 사회 전반에 온갖 억지와 변칙이 난무하여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와 같은 발언들이 용납되지는 않더라도, 감히 터져 나올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왜 억지를 부리는가. 그것은 과도한 욕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이 원인이며, ‘억지를 부리니까 들어 주더라’는 잘못된 경험이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과거 조선시대 선비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예의염치(禮義廉恥)였다. 예에 맞게 행하고 의로워야 하며 청렴결백하고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관자(管子)는, 예의염치를 나라를 지탱해주는 네 개의 굵은 줄, 즉 사유(四維)라 하여 이것이 없으면 나라가 멸망한다고 까지 하였다. 이 가운데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은 것이 곧 염치에 해당한다. 즉 염치를 알면 억지를 부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인성교육의 핵심은 마땅히 ‘염치를 아는 시민의 양성’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란 것이 있다. 국제적인 부패감시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1995년부터 매년 1회씩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로서, 세계은행(IBRD) 등 7개 독립기구가 실시한 국가별 공직자의 부패 정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종합하여 분석, 평가한다. 10점을 만점으로 하여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 정도가 낮은 것으로 간주한다. 통계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개 선진국일수록 부패인식지수가 높고, 부패인식지수 1점 상승 시 1인당 GDP가 약 25% 증가한다고 한다.
억지에 대해서도 동일한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사회에서 억지가 발생하고 용인되는 정도를 통계적 방법으로 계량화함으로써, ‘억지인식지수’를 산출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억지인식지수가 높을수록 선진국일 가능성이 높고, 어느 국가에서 억지인식지수를 높임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경제 성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말하지만, 법의 지배에 앞서 우리 사회에서 ‘상식의 지배’, ‘원칙의 지배’가 구현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제 성장 잠재력을 한단계 더 높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