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렸을 적 행운의 편지라는 것이 있었다. 조악하게 복사된 인쇄물이 우편함에 놓여 있었고, 내용은 그 편지를 몇 통 복사하여 발송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행운의 편지는 몇몇 미신적인 것을 신뢰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그냥 웃음거리에 불과했고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는 이들은 매우 드물었다. 행운의 편지는 한때 유행을 타고 이메일로 옮겨가고 문자로 돌다가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었다.
행운의 편지가 왜 웃음거리가 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인쇄물의 끝에 친절히 사례까지 들어주며 행운이 올 것을 강조했으나 우리는 왜 그것을 믿을 수 없었을까? 이유는 편지에 적힌 약속들이 실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비과학적 미신을 믿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것을 보냈는지 알 것이며 설령 알았다 할지라도 좋은 일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 편지를 기획한 이나 보낸 이나 그럴 능력은 없다. 보내지 않았을 경우의 나쁜 일 역시 마찬가지다. 즉, 행운 편지의 약속은 집행력이 없었다.
2학기가 시작하는 시점이다. 이 시기는 학생회에서는 교차의 시기다. 작년에 태어난 공약들이 그 마지막 단계를 향하는 시점임과 동시에 새로운 공약들이 태동한다. 당선되었던 이들은 그들이 일 년 전 고민하였던 공약을 마무리 짓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고, 당선을 바라는 이들은 매력적인 생각들을 모으고 정책으로 만들어내고자 고민하고 있을 터이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공약을 만드는 데 있어서 주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다른 것들은 잠시 접어두고 꼭 꼽고 싶은 것은 집행력이다. 공약은 지켜져야 할 약속의 범주에 있다. 때문에 그 약속을 실현할 능력은 공약 기획 단계부터 고려되어야 한다. 그 능력이 바로 집행력이다.
가령 전공 강의 수를 늘리겠다는 공약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공약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우선 강의를 늘리기 위해서는 교강사를 확충하거나 있는 교강사들의 업무 시간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예산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학교운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협상력이 필요하다. 이때 이 협상력은 집행력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이 집행력에 대한 고려 단계에서 정책 기획자들은 쉽게 함정에 빠진다. 기획자는 초기 아이디어에 자식처럼 애정을 가지게 되고 그 애정은 집착이 되어 부족한 역량을 간과하게끔 한다. 이를테면 ‘어떻게든 되겠지’ 혹은 ‘방법이 있겠지’ 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물론 선언적 공약이라는 개념으로 포장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공약의 내용도 “∼할 것을 요구한다”는 식의 선언적 문언이어야 할 것이다.
학생회의 위기라고 한다. 학생회의 회생을 위해서는 공약 정책이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은 이제는 진부할 정도로 많이 제기되어 왔다.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한 표를 부탁하는 것이 선거라고 보면, 공약은 행운의 편지가 될 위험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매해 그러하듯, 행운의 편지가 아닌 공약을 만들려는 대표자 준비생들의 노력이 학기 말에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그 빛은 학생 사회가 회생할 수 있도록 인도할 것이다.

김진경(경영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