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홍정아 (ja2307@skkuw.com)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서울 지역 내 대학생 중 약 30%가 타 지역 출신이다. 하지만 대학 기숙사들은 재학생의 11% 정도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또 다른 살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수요 때문에 대학가의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실제 대학생 1인당 평균 주거비는 보증금 1400만원에 월세 50만원 정도였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조사 결과)
또한 작년에 실시한 노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의 약 70%가 자녀와 따로 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23%는 독거가구이다. 이제 우리는 ‘독거노인’하면 텅 빈 집에서 유일하게 흘러나오는 TV소리를 친구삼아 홀로 식사를 하는 어르신의 모습을 흔히 떠올린다.
이처럼 많은 서울의 청년과 노인들은 가족과 떨어져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고립감을 지닌 채 홀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함께 살게 된다면 어떨까?

 

'셰어 하우스'란 여러 사람이 개인적인 공간을 따로 가지고 △거실 △부엌 △화장실 등은 공유하며 함께 거주하는 생활양식을 말한다. 임대료와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경제적 이점과 개인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주거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이점을 함께 갖고 있다. 1~2인 가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이 개념이 등장하여 현재 보편화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심과 함께 점점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도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 ‘두레주택’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적 기업 ‘우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보급한 사회적 주택 ‘달팽이집’ 등 다양한 목적과 형태의 셰어 하우스가 존재한다.
서울시는 이러한 주거 공유를 독거노인 문제 및 지방 출신 대학생의 주거난 해결에 적용하고자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어르신과 대학생 간 ‘룸 셰어링’ 사업이다. 룸 셰어링은 어르신이 여유 공간을 대학생에게 제공하고 함께 사는 주거 공유 프로젝트로, 각 구청마다 ‘한 지붕 세대 공감’ 또는 ‘세대 융합형 룸 셰어링’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어르신은 학생으로부터 임대료와 생활 지원을 받고 대학생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룸 셰어링 사업에는 어르신 115명과 대학생 143명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 학교가 위치한 종로구에서도 작년부터 룸 셰어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임대료는 월 20만원 내외이며 월세 및 전기료·수도세 등 추가 발생 비용을 고려해 조정 가능하다. 가급적 여학생은 할머니와, 남학생은 할아버지와 연결한다. 또한 대학생이 사전에 활동 계획서를 제출하여 어르신의 말벗이 되어드리거나 전자기기 사용법 등을 알려드릴 경우 봉사 활동 시간도 인정한다. 종로구는 이 사업을 통해 경제적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어르신의 외로움·고독감 감소 및 1·3세대 간 소통 확대까지 기대하고 있다.
참여 가구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노원구가 지난해 6월 사업 참여 대학생 19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단 2명만이 ‘어르신과의 관계가 어렵다’고 말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15쌍은 다음 학기에도 계약을 연장했다.

사진| ⓒ장혜수 기자 chhyaensgu@skkuw.com


하지만 실제 참여율은 저조하다. 올해 8월을 기준으로 △서초구 △성동구 △용산구 △종로구는 참여 실적이 없으며 동작구는 세 가구만 연결시켰다. 첫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성북구에서는 27명의 학생이 입주해있지만 초기 목표로 한 50가구에는 훨씬 못 미친다.
각 구청은 기존의 까다로운 요건을 미흡한 참여의 원인으로 보고 신청 자격 기준을 대폭 낮췄다. 종로구는 올해부터 대학생의 소득 기준을 폐지하였고 수도권 거주 대학생까지 자격 요건을 확대하였다. 어르신의 연령 조건도 만 65세 이상에서 만 60세 이상으로 낮추었다. 또한 서울시는 대학생의 요구를 보다 잘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도배나 장판 등 주거 환경 개선비용을 현행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종로구청 어르신지원팀의 조규동 팀장은 어르신과 대학생이 결정적인 입장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바로 임대료라고 말한다. 종로구의 경우 사업을 시작한 후 어르신 6명과 대학생 7명이 신청하였지만 어르신이 제시한 임대료에 학생이 동의하지 않아 ‘매칭’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조 팀장은 “종로구는 노원구나 성북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대가 비싸기 때문에 다른 구처럼 월세를 20만 원 선으로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어르신에게 사업 취지를 최대한 설득하여 학생과의 타협을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어르신과 시간을 얼마나 보내는지에 따라 내게 되는 임대료가 달라진다. 프랑스에도 ‘코로카시옹’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의 룸 셰어링이 존재하는데, ‘두 세대가 함께’라는 협회와 연결되어 입주 전 계약서를 작성한다. 계약 조건은 △방세 없이 살지만 저녁 7시까지 귀가 △적은 금액의 방세를 내면서 어르신의 생활을 돕는 조건 △방세를 전부 내고 조건 없이 집에 들어가 사는 세 가지로 나뉜다. 한편 바르셀로나에서는 문화유산의 입장료 중 일정액으로 룸 셰어링 참여 학생의 월세를 지급하는 정책을 펼쳐 사업을 시작한 후 18년 동안 3천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재단과 행정의 협력으로 임대료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어르신이 홀로 지내는 공간에 집이 없는 학생이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와 함께 산다. 학생은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 상대가 되어드린다. 취지는 좋지만 이를 위해 어느 한 쪽의 기준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학생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어르신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강화되어야만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