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촌 사람들- '천하제일 탕수육' 윤대호 사장

기자명 이소연 (ery347@skkuw.com)

“낯이 익은 것 같네, 전에 여기 오지 않았어요?” 늦은 저녁,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묻는 사진기자를 보고는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두어 번 밖에 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보셨냐고 묻자 그저 “거봐요, 맞죠?” 하며 미소를 짓는 이는 ‘천하제일 탕수육’(이하 천탕)의 주인 윤대호(43)씨다. 인사캠 쪽문을 5분 정도 걸어 내려가다 보면 나오는 노란색 천막의 작은 탕수육 가게. 어스름이 지는 저녁 무렵에야 불을 밝히고 포근한 미소로 맞아주는 이 가게가 바로 천탕이다.

사진|ⓒ나영석 기자 nys2807@skkuw.com

 

인사캠 쪽문의 투박한 골목 안에는 소박함이 묻어나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그 중에서도 천탕은 손님이 네 명만 와도 앉을 자리가 없는, 3평 남짓의 조그마한 가게다. 직원은 사장이자 주방장인 윤 씨와 일을 도와주는 아내까지 두 명 뿐이다. 그러나 이 가게엔 쓸쓸함 대신 따뜻함이 묻어난다. 윤 씨가 가게를 개업한 것은 지난 2010년 10월 3일이다. 5주년이 다 되어가는 이 가게가 문을 열기까진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의 영향이 컸다. “우리 딸이 아토피 때문에 아무 음식이나 먹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만들어준 탕수육은 정말 잘 먹는 거예요. 탕수육에는 MSG가 안 들어갔으니까. 그 때 기억이 나서 탕수육을 만들어보기로 했죠.” 마냥 아기일 줄 알았던 딸은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지나간 세월만큼 가게의 풍경도 많이 변했다. 단골손님들이 많이 생겼고, 그들은 천탕을 아지트로 삼기도 한다. 윤 씨 또한 단골손님의 얼굴을 기억하고 대화도 자주 한다. 단골손님의 대부분은 우리 학교  학우다. 학우들이 사소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면 윤 씨는 때로는 아빠처럼, 때로는 삼촌처럼 고민 상담을 해준다. “연애 상담 같은 것도 많이 해요. 나도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을 지나왔으니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죠.” 이 뿐만 아니라 점포가 작아 가게에서 음식을 먹고 가지 못하는 학우들을 위해 옆 가게의 실내 공간을 빌리기도 했다. 이렇게 학우들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졸업하는 날 더 이상 가게에 자주 들를 수 없다는 아쉬움에 윤 씨를 찾아와 인사를 하고 가는 학우들도 있다. 졸업한 학우들이 직장 동료와 함께 들르기도 한다. 
물론 대학가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운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그러나 윤 씨는 주로 오는 손님들이 대학생인 만큼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쪽문 쪽이 대학로보다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가깝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잖아요. 편하게 자주 올 수 있는 곳이 되고 싶어요.” 윤 씨의 바람대로 천탕은 편하게 갈 수 있는 음식점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메뉴가 있어 먹는 재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윤 씨는 2002년까지 세종호텔 요리사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사이드 메뉴를 개발했다.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메뉴를 개발하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는다.

사진|ⓒ나영석 기자 nys2807@skkuw.com


윤 씨가 원래부터 탕수육 점포를 창업하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요리는 예전부터 그가 걸어온 길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학원에서 요리를 배웠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요리사로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지만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요리사들은 이론보다 기술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윤 씨는 이론을 배우고자 98년도에 늦깎이 대학생으로 전문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직장 생활과 병행했기에 캠퍼스에 대한 추억이 없을 정도로 바쁜 대학생활을 했다. 그렇기에 요즘 대학생들을 보고 느끼는 것도 많다. “요즘 대학생은 예전의 대학생에 비해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우리 때 보다 훨씬 힘들지.” 그는 특히 주변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이 공부나 취업준비에 바쁜 학생들이 더 안쓰럽다고 말한다. “전에는 나보다는 남이 먼저이고 남을 위해 움직이기도 했어요. 요즘은 주위를 돌아 볼 시간이 없어졌는데, 뭐든지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고민하면 나아요. 이 사실을 안다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상품’이 아닌 ‘사람을 위한 음식’을 만들기 때문일까. 오늘도 어둠을 밝히는 그의 가게에는 따뜻한 탕수육을 안주로 술잔을 기울이는 학우들로 북적인다. 딸을 위해 만든 탕수육이 이제는 손님들을 위한 탕수육이 되어 앞으로도 천탕은 맛도, 정성도 천하제일로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