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주요 대학들 중 우리 학교가 올해 6월 기준으로 졸업생 취업률이 가장 높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그 취업률조차 7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여전히 자기소개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나머지 졸업생들의 근황과 장래에 대한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물론 청년실업의 심각성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대학원을 포함한 고등교육 이수자가 해마다 40만 명 가까이 배출되지만, 이들이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연간 16만 개 정도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이 곧 ‘괜찮은 일자리’라는 등식은 깨진지 오래다. 특히 산업 현장의 인력수요 가운데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비율은 8:2로 이공계가 훨씬 더 많지만,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의 비율은 5:5로 엇비슷하다. 인문사회계 졸업생의 취업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상 최악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청년실업률은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신기록을 꾸준히 갱신할 전망이다. 2013년 마땅한 후속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내년부터 2~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근로자 정년을 덜컥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1만 6천명 수준인 대기업 은퇴자는 2016년과 2017년엔 각 4천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정년 연장이 1년 유예된 중소기업 은퇴자도 2016년 17만 5천명에서 2017년과 2018년엔 각 4만 명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퇴직자가 줄면 기업은 새로 인력을 뽑을 여력이 줄어든다. 설상가상으로 정년이 연장되면 근속연수에 비례하는 호봉제 임금체계를 가진 대다수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신규 채용의 엄두를 내기 어렵다. 그 결과 대졸자 취업문은 더욱 좁아져, 자칫 청년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넘겨 상당 기간 머무를 수도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마침 지난 9월 13일 노ㆍ사ㆍ정위원회는 청년 실업난을 덜어줄 일부 정책 방향에 어렵게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정년 연장에 대응하는 임금피크제 도입, 고용 유연성을 늘리는 일반해고 기준과 절차 명확화, 비정규직 격차 축소와 고용 안정 및 규제 합리화 등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더 구체적인 핵심 사안은 ‘추후 협의’로 미뤄졌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내용이 바뀔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과연 노동법제와 관행을 바꿀 수나 있을지 등은 여전히 의문이다. 일각에선 합의 자체를 폄훼하는가 하면, 합의 당사자 일부조차 벌써부터 정부의 후속행보가 합의 파기나 다름없다는 등 반발하고 있다.
노동개혁은 심각한 청년실업을 완화하고 추락하는 성장잠재력을 복원하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9ㆍ13 대타협’은 노동개혁의 물꼬를 텄지만, ‘추후 협의’와 입법과정에서 수많은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나아가 이번 합의가 청년실업 완화에 절실한 노동개혁의 숙제를 모두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의 필요조건만 규정했을 뿐 충분조건에는 한참 못 미친다.
구직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이참에 세계표준과 동떨어진 노동제도와 노사관행을 말끔히 정상화해야 한다. 우리도 강 건너 불구경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노동개혁이 하루 빨리 이뤄지도록 힘을 모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