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문송합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는 ‘문송하다’라는 신조어가 돌기 시작했다. 또 인문대생의 구십프로는 논다는 인구론 등의 단어는 낮은 취업률과 인문학을 경시하는 풍조를 대변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난 문과라서 ‘죄송’해야 했고, 인문학이라 당당할 수 없었다. 7월의 어느 날 밤, 나는 잠들기 전에 오늘은 페이스북에 무슨 소식이 있었나 보고 있었다. 많은 게시물 중에서 내 눈길이 갔던 글은 문과대 학술문화제 기획단을 모집한다는 글이었다. 평소 문과대 학생회를 좋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고, 단과대의 학술제는 어떻게 기획되어서 행사가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학생회 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전까지의 학술문화제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를 살리려고 하다 보니 참여도나 흥미도가 많이 떨어졌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학술문화제는 뭔가 지난해와는 다른 학술제를 만들고 싶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먼저, ‘문과대 학술문화제’라는 딱딱하고 흥미 유발이 떨어지는 이름을 버리고 ‘문과대 축제’라는 명칭을 우리끼리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많은 기획단 회의를 거치면서, 주제를 살리는 이름과 프로그램을 계획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한 기획단원의 질문은 왜 문과라서 죄송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기획단원은 더 이상 죄송하지 않고 문대라서 당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 축제명인 우리는 문과대라서 당당하다, ‘WE文당당’이 정해졌다. 학생회 일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조금 막막했다. 인문학과 결부된, 학우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소재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내 머릿속조차도 인문학을 재미없고 딱딱한 것으로 받아들이나 싶을 정도로 특별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지난봄에 친구와 벚꽃 구경을 하고 길거리에서 캘리그라피 엽서를 받았던 일이 생각났다. 이름을 말하고 미리 복사된 캘리그라피 문구에 내 이름이 더해진 엽서를 받았다. ‘성수인의 앞날에 항상 행복이 가득하기를’이라고 예쁘게 써진 문구가 담긴 엽서 한 장이었지만 나에게 감동을 주었고, 왠지 내 앞날이 정말 밝을 것 같은 희망을 주었다. 나는, 이렇게 소소하지만 여운이 있고 종이 한 장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일상 속의 인문학이 아닐까 생각해서 문과대 10개 과 교수님들의 자필이 담긴 책갈피를 학우들에게 배부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다들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셔서 과 특성이 살아있는 책갈피를 제작했고, 저녁 프로그램에 참석해주시는 학우들에게 드리기로 했다. 이제 축제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 한 달 반을 돌아보면,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멀게만 느껴졌던 인문학이 사실은 내 주변에 녹아있었고, 이것을 프로그램으로 구상하여 축제를 계획하기까지 인문학에 대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인문학도로서 자부심이 생겼다. 22, 23일 진행되는 축제를 통해서 많은 문과대 학우들이 나처럼 인문학을 즐기고, 즐거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수인(인문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