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경영학과 전선규 교수 인터뷰

기자명 김보라 기자 (togla15@skkuw.com)

증거중독 현상이 생기게 된 원인은.
증거중독 현상은 인간의  자율성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이나 블로그같이 편향성을 가질 수 있는 정보원을 통해 제품정보를 얻다 보니 의사결정의 자율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는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여러 매체를 통해 숨겨진 제품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스스로 정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를 탐색하는 여건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즉, 소비자의 자각과 동시에 기술적 여건까지 뒷받침되면서 증거중독이란 현상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소비자가 스스로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함으로써 생기는 긍정적 영향은.
소비자가 정보를 탐색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자신의 의사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함이다. 물론, 소비자가 수집한 정보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기회비용에 대해 아쉬움을 줄여주고 선택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준다. 또한, 광고와 다른 사람의 말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는 습관이 생겨 이전보다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증거중독 현상의 문제점이 있다면.
증거중독 현상의 문제점은 소비자가 수집한 정보로부터 생긴다. 먼저, 소비자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수집한 정보의 정확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수집한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력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 수많은 정보 중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정보는 한정되어있고, 이를 구별해 내기도 어려워 소비자들 대부분은 접근성이 높은 정보를 정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탐색한 정보에 대해서 확신하는 경향 또한 소비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수집한 정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일치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사람들은 정보 간의 불일치를 대체로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이 취했던 입장의 정보만 수집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즉, 큰 전제는 고정하고 이를 확인시킬 수 있는 증거만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불일치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두 입장을 검증하는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다. 설사 의사결정에 중요한 요소일지라도 말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는 정보 간의 불일치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증거중독 현상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증거중독 현상을 통해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시장 진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이 브랜드 자체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기업의 제품은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직접 정보를 탐색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갱신한다. 따라서 제품의 품질만 좋다면 알려진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와 기업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증거중독 현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비자는 기업의 활동에 대해서 대체로 긍정적이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결과적 측면과 동기적 측면에서 둘 사이의 신뢰를 회복해야한다. 먼저, 결과적 측면에서 기업은 제품을 판매할 때 내건 광고나 제품 설명서에 나와 있는 기대 효과를 소비자가 얻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 소비자와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동기적 측면에서 기업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동기가 구매 증진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새 제품을 개발하는 목적이 기존의 제품을 못 쓰게 하고 새 제품에 대한 소비만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기업의 신뢰도는 하락할 것이다.

소비자가 현명한 소비 의사결정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명한 소비 의사결정을 위해서 ‘균형 있는 정보를 가져와야 하고, 제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당위적인 조언은 실효성이 없다. 감정에 앞서는 사람은 이런 조언을 실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필요한 조언은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자신만의 목표와 동기를 확립하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다른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보이는 구매성향에 휩쓸리지 않고, 본래 자신의 목표와 동기에 충실한 소비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